나토 “美주도 IS격퇴 전쟁 동참”… 트럼프 요구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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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 첫 참석한 트럼프에 선물
회의직전 터진 英자폭테러 영향… 참전 꺼리던 獨-佛 입장 바꿔
‘한물간 나토’ 비판하던 트럼프도 ‘자동 개입’ 조항 지지 밝힐듯
방위비 분담금 이견 조율은 난항

미국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주도하고 있는 반(反)이슬람국가(IS) 연합전쟁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공식 참가하기로 했다. 나토 28개 회원국 대사들은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같이 동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24일 “나토가 69개국으로 구성된 반IS 미국 주도 동맹군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 전쟁의) 매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사흘 전인 22일 발생한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경기장 자폭테러가 IS를 중심으로 한 대형 테러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결정에 명분이 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5일 나토 회원국 정상들에게 “맨체스터 공격 이후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토가 반IS 연합에 참가해 달라”고 촉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BBC는 “프랑스나 독일은 여전히 상징적인 참여에 그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두 나라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전처럼 출구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 때문에 나토의 IS전 참여를 꺼려 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나토의 약속이 정치적 메시지로 강력하게 전달될 것이지만 전투작전에 직접 관여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때 나토를 ‘한물간 조직’이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하도록 돼 있는 나토 협약 5조를 지지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보호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이 조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계속 피력해 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유럽에 주둔하는 미국 군대 지출에 14억 달러를 배정하는 예산안을 발표한 것도 전통적인 나토 동맹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측 사이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내 온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미국 정부는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쓰는 로드맵을 요구한 상황이다. 틸러슨 장관은 24일 “회원국들이 분담금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은 나토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핵심 메시지”라고 압박했다.

이에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25일 EU 본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방은 이익이 아닌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투스크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뒤 “많은 분야에 대해 동의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생각에는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한 같은 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묘한 대비를 이뤘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방문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는 약 14만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려들었지만 전날 브뤼셀 브루스 광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대 6000명이 모여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처음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날 만남에서는 “전 세계가 믿을 수 없는 대단한 승리를 화제에 올리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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