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靑에 들어가 朴대통령 피로회복 주사 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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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차움병원 근무했던 자문의 밝혀 “프로포폴 처방한 적은 없어”


현 정부에서 각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차병원그룹 산하 차움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1년 2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최순실 씨(60) 모녀는 최근까지 이 병원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차움병원에서 박 대통령과 최 씨 모녀를 진료했던 김모 씨(i병원장)는 동아일보-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만성피로 증세로 진료했고 최 씨는 만성피로와 만성 위장 장애로 병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08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차움병원에서 근무했고, 현재 박 대통령 자문의 중 한 명이다. 그는 "(박 후보) 진료 당시 만성피로에 쓰이는 종합 비타민 주사제(IVNT)를 처방했다"며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최근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도 여러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위해 비슷한 주사 처방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프로포폴을 처방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고 선서를 한다. 하지만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순실 씨는 어떻게 만났나?

"제가 '차움병원'을 관둔 지 3년 정도 지났다. 당시를 생각하면 그때 차움병원 원장이 계셨고, 그 분 소개로 해서 처음 최순실 씨를 보게 됐다."

―당시 최순실 씨는 어떤 상태였나?

"만성피로와 만성 위장장애가 있었다. 제 전공이 '만성피로' 분야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 출마 전에 후보자 신분일 때 만성피로로 진료를 의뢰해서 내가 (상태를) 봐 드렸다. 그게 인연이 되서 이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자문의까지 하게 됐다.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주치의가 있고 각 과별로 자문의가 있다.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자문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도 진료를 했단 말인가?


"그렇다. 직접 했다. 제 분야(만성피로)의 경우 이 사태(최순실 국정논란)가 터지기 전에도 여러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진료를 했다. 하지만 사태 이후에는 안 들어갔다. 청와대에서 부르지도 않았고….

―당시 어떤 처방을 했나? 세간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공백과 프로포폴을 연관시키는 루머까지 나온다.

"말이 안 된다. 자문의가 됐을 당시 주치의가 이병석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님이었고 청와대 의무실장은 김원호 교수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이었다. 두 분이 나와서 진료를 못 하니까 당시 나한테 (피로 관련) 치료방법을 청와대 의무실에 다 얘기하라고 했다. 나는 프로포플 처방은 한 번도 안했다. 만성피로에 쓰이는 종합 비타민 주사제(IVNT)를 처방했다. 이런 경우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페루 순방을 갔다 와서 위가 굉장히 안 좋고 쓰린 적도 있다. 그때 당시에도 위 내시경을 해야 했는데 대통령이 '수면은 절대 못 한다'고 해서 마취 없이 내시경을 했다. 그 정도로 박 대통령은 (마취를) 되게 싫어하신다."

정맥 주사제인 프로포폴은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성형수술에 마취제로 많이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다. 국내에서는 이 약을 투여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깨어난 뒤에도 머리가 개운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면제나 피로해소제로 오남용 되고 있다.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을 대신해 각종 의약품을 처방받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낭설이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최순실 씨가 성질이 무척 급하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다가 혈관 3군데 터트리니 막 항의를 하더라. 주사실 간호사들도 (그런 태도에) 너무 힘들어했다. 이후 최순실 씨가 '자기가 잘 아는 간호사가 있으니까 처방을 하면 다른 곳에 가서 주사를 맞겠다'고 했다 최 씨 요구로 처방전을 몇 차례 발급해 줬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직원들이 대리 처방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최순실 씨가 대리처방을 받은 뒤 청와대로 가지고 들어갔다면 문제되지 않나?

"(대리처방 받을) 필요가 없다. 청와대에도 다 있다. 청와대 내 의무실에 필요한 약품이 다 비치돼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대리 처방을 받아서 청와대로 갖고 가겠나? (약품이) 필요할 경우 주문하면 수도통합병원을 통해 하루 만에 청와대로 들어온다. 또 청와대 내에 주사를 잘 놓는 간호장교가 있고 의무실장도 있다. 내 경우도 청와대 들어가서 '대통령 상태가 어떠한지, 혹시 피곤하면 어떤 주사를 놓을지'에 대한 처방 만 했다."

―차움병원 재직 당시 최순실 씨, 박 대통령 외에 다른 최 씨 주변인도 진료했나?

"정윤회와 장시호는 못 봤다. 최순득 씨도 진료했다. 정유라는 한 번 승마대회 나오기 전에 힘들다고 해서 주사 맞으러 왔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정유라가 고등학교 때였다."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이 함께 진료를 받으러 온 적이 있나?

"나에게는 그런 적은 없다. 그럴 수가 없는 게 그때 당시(대통령 후보자 시절) 만해도 안봉근 당시 비서관이 진료실 앞에서 타이트하게 지키고 있었다. 정호성 씨는 한 번도 본 적 없고 이재만 씨는 제가 자문의 임명장 받을 때 처음 봤다. (대통령 되고 나서는) 박 대통령이 차움병원에 온 적이 없다. 그럴 필요 없으니까, 내가 (청와대에) 가서 봐드리니까 말이다."

―차움병원 근무 당시 최 씨 진료비용을 지불했나?

"차움이야 돈 많이 내면 다 진료해준다. 안 그러겠나? 돈 많이 내니깐 그 정도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회원권 비용이 처음에는 1억7000만 원이었다. 최순실 씨는 회원권도 없었다. 하지만 차움병원은 회원만 진료하는 게 아니다. 돈을 내면 일반환자(비회원 환자)도 진료한다. 회원이 아니면 할인이 안 돼 비용은 더 비싸다. 나도 일반 환자를 진료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진료비용은 누가 대줬나?

"돈을 냈으니까 진료 하지 않았겠나? 돈 낸 증거 다 있을 것이다."

―다른 특별히 할말은 없나?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 (환자가) 세상의 농단거리가 됐다고 해서 흔들리면 안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서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저도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에게 피부미용 시술을 해줬다는 루머의 당사자인 서울 강남구 '김○○ 의원'의 김모 원장(56)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시 골프를 쳤다'는 알리바이를 뒷받침하는 서류를 언론에 공개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 모 골프장 결제 영수증과 이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신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난 하이패스 통행 기록이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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