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 담아

그게 전부다. 5월 7일까지 서울 서초구 페리지갤러리(070-4676-7034)에서 열리는 정희승 작가(42)의 개인전 ‘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Rose is a rose is a rose)’은 이 단출한 대상을 하나씩 프레임 복판에 놓고 정면 촬영한 사진을 보여준다.
전시실에 걸린 질문은 하나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물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아는 걸까.’
재료의 신선함과 적절한 조리과정보다 시끌벅적한 연출, 자극적 양념, 그럴싸한 비주얼이 요리의 가치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어떤 존재든 두텁게 덧발라진 해석과 상징에 가려 실체를 직시하기 쉽지 않다. 정 씨는 시장에서 사온 장미를 한 송이씩 마주 놓고 끈덕지게 반복 촬영하는 방법으로 실체에 대한 이해에 도전했다.

전시 주제는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1913년에 쓴 시 ‘성스러운 에밀리(Sacred Emilly)’ 중 일부다. ‘모든 존재는 존재하는 그대로일 따름’이라는 의미로 널리 인용된다.
4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02-708-5050)에서 개인전 ‘얄궂은 세계’를 여는 문성식 작가(36)는 외부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직시한다. 그림 속 소재의 일상성은 정 씨 사진과 다르지 않다. 고향 집에서 치른 할머니 장례식. 형과 함께한 낚시. 겨울철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은 새.
문 씨는 이 재료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모순적으로 뭉뚱그려 재구성했다. 가로 4m, 세로 1.6m의 커다란 아크릴화 ‘밤’과 ‘숲의 내부’는 온갖 존재와 경험에 대한 기억을 숨은그림찾기처럼 흩뿌려 채워 넣었다. 뛰노는 동물들 사이사이 스며든 인간이 밀렵하고, 벌목하고, 뭔가를 암매장한다. 묘사가 섬세하지 않음에도 사실적이라 여겨지는 건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든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각자의 비통한 사연에 기대 오열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능청스레 앉은 파리를 그린 연작 ‘사람, 눈물, 파리’ 역시, 그럴듯하지 않은 실체가 그럴듯한 모습으로 늘 애써 보정될 뿐인 삶과 세상을 확인시킨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