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웨이 “정세 변했으니 방법도 변해야… 5者 힘 합치면 북핵 해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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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우다웨이 인터뷰]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주간(왼쪽)이 2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주간(왼쪽)이 2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고 핵 포기 의사를 보여줘야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제재 국면에서 거론한 ‘평화협정’ 논의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맞물려 있음을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2일 서울에서 진행된 중국 전문가 모임에서 우 대표와 일문일답을 가졌다. 우 대표는 ‘비보도’를 조건으로 말했으나, 그가 몇몇 언론사 대표와의 회동에서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말했고, 관련 내용들이 보도됐기 때문에 인터뷰를 게재한다. 》

―방한 목적은….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중한 양국의 정책 조정을 위해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를 늦게 했다는데, 북한이 어떤 종류의 폭탄을 터뜨렸는지 평가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폭탄의 성격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린 국가는 아직 없다.”

―북한에 가서 미사일 발사를 막으려 했을 텐데….

“두 가지 요구를 했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라. 둘째, 새로운 위성을 발사하지 말라고. 북한은 나의 조그마한 체면도 살려주지 않았다. 핵 보유는 확정된 방침이고 위성 발사도 권리라고 했다.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확고하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은 없나.


“북한의 최우선적인 관심은 정권 안보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핵 포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내 말을 듣지 않았지만 내가 분석하기로는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있고, 미국은 북핵을 포기시키려는 의지가 있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고 핵 포기 의사를 보여줘야 미국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나온 모든 대북 관련 결의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북한이 핵 보유의 길로 나가지 못하게 이 결의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점에 관해 한중 정부 의견이 일치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중 관계에 대해 속았다는 등의 말이 나오는데….

“과거 한국 대통령은 미국 일본을 방문한 뒤에 중국을 찾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미국을 방문한 뒤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 시 주석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2014년). 관행을 깬 것으로 새 영도그룹(지도부)이 중한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9월 3일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이 내부의 반대와 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중한 관계는 현재 오르막길에 서 있다. 내리막길로 가거나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데….


“한국 외교부도 우리가 착실히 이행할지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어록을 인용하겠다. ‘실천은 진리를 증명하는 유일한 길(實踐是檢驗眞理的唯一標準)’이다. 중한 정부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밀접한 소통을 유지하겠다.”

―6자회담은 왜 실패했다고 보나.

“미국과 한국은 중국 책임을 거론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북핵 해결 의사를 의심했다. 미국이 북핵을 이용해 한국 일본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려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북한을 제외한 5자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서로 불신하고 있다. 5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북핵이 타결되지 않는 근본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홍루몽’이라는 소설에 할머니가 죽고 모두 우는 장면이 나온다. 가슴 아픈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6자회담도 마찬가지다. 공동으로 협력하지 못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3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개국이 있지만 서로 견제하다 보니 대북 압력이 제로(0)가 됐다.”

―안보리 제재 이후 상황을 어떻게 보나.


“안보리 제재가 북한에 큰 압력이 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남을 원망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을 지지할 적도, 친구도 없다.”

―사드에 대해 한국 정부에 의견을 표시했나.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친다. 레이더 시스템이 문제다. 작은 물체는 1300km까지, 큰 물체는 2000km까지 감시가 가능하다. 한미 양국 정부에 모두 사드 문제를 제기했다.”(배석한 중국 외교부 실무자는 미국이 한국에서 사드를 배치한다면 대만, 일본, 필리핀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 고정 설치되면 중국의 모든 비행물체에 대한 빅데이터를 만들 것이라며 사드는 온갖 귀신이 들어간 ‘판도라의 상자’라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파장은….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앞으로 북핵 논의는 사드 논의로 바뀔 것이다. 이에 기분 좋아할 사람은 북한에서 핵무장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정리=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북핵#대북제재#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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