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민주주의 모독… 표 주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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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경선 ‘슈퍼 화요일’]주요 언론-정치권 비판수위 높여
백악관, KKK 연루 의혹 부각… 공화 의원도 “지지 않겠다” 선언
일각선 “대선후보 현실 인정해야”

“아, 전국의 공화당 유권자 중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이 49%가 나왔네요. 이러면 슈퍼 화요일 선거 결과는 뻔한 건데요….”

‘슈퍼 화요일’ 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CNN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는 여성 앵커 애슐리 밴필드의 목소리엔 당혹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공화당의 다른 주자인 마코 루비오(16%) 테드 크루즈(15%) 상원의원, 벤 카슨(10%),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까지 4명의 지지율을 합한 것(47%)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비슷했다. 옆자리에 있던 CNN 정치분석가들은 “이제 트럼프를 막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공화당의 1일 경선지역 14곳 중 크루즈 의원의 지역구인 텍사스를 뺀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기성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폭풍 전야 같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공화당 밴 새스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공화당원으로서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겠지만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역시 지지하지 않겠다”며 대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양당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대선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도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연루 의혹에 대해 “트럼프가 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를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트럼프에 대해 알 것은 다 아는 거 아니냐”고 했다.

미 주류 언론은 트럼프의 대선 후보 등극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편파적일 정도로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선 당일인 1일자 사설에서 트럼프를 나치의 히틀러에 비유하며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모욕한 것을 잊고 그에게 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며 유권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폭주하고 있다. 29일 버지니아 주 래드퍼드 유세에서는 공화당 주류를 등에 업은 루비오를 ‘꼬마 마코’라고 조롱했다. “TV 토론회에서 긴장해 땀 흘리고 물이나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푸틴은 속으로 ‘미국이 정신 나갔다’라고 비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젠 ‘트럼프 대선 후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기성 정치와 주류 언론이 트럼프를 수개월 동안 ‘자격 미달자’로 비판했지만 중산층 붕괴와 워싱턴 정치에 분노하는 많은 미국인은 갈수록 그를 지지하고 있다. 이날 래드퍼드 유세장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트럼프와 함께한다’란 푯말이 가득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럼프와의 본선을 전제로 선거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클린턴 진영의 한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유권자라는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기가 막히게 파악하고 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대선#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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