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의 사과 “열린우리 창당 잘못한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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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분열 가속]“패권의 싹 자라게 해… 책임 통감”
동교동계-호남 민심 겨냥한 듯

“지난날의 전략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은 29일 광주에서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천 의원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과 호남의 정치가 이 지경(분열)이 된 데에는 내게 커다란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3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할 당시 천 의원이 내건 명분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탈(脫)호남, 탈DJ’였다. 그러나 천 의원은 이날 “열린우리당 창당이 민주개혁 세력과 호남의 정치력을 약화시켰다”고 고백했다. 일각에서 “탈호남을 외치더니 이제 와 호남 정치의 부활을 얘기하느냐”는 지적을 수용하고 반성한 것이다.

DJ를 따랐던 이훈평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원로들은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광주 서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 의원에게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천 의원이 ‘해명할 기회를 찾아보겠다’고 답했고 오늘 본인의 뜻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천 의원의 사과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동교동계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교동계와의 앙금을 풀고 신당으로 영입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천 의원 측은 “특별히 동교동계를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천 의원이 더민주당에 등을 돌린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과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천 의원은 “안 의원이 기득권에 찌든 정치인들과 손잡고 ‘도로 더민주당’으로 회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더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영입해 세 불리기에 나선 것을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천정배#열린우리#창당#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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