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도발 부상 장병 “두번 다시 나같은 피해자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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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치에서 대화로/국민들 표정]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직후 하재헌 하사, SNS에 소감 밝혀
제2연평해전-천안함 유족들 “北에 대해 계속 주도권 잡아야”

4일 비무장지대 수색 중 북한 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하재헌 하사. 페이스북 캡처
4일 비무장지대 수색 중 북한 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하재헌 하사. 페이스북 캡처
‘두 번 다신 나와 같은 사고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됩니다.’

25일 오전 1시경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속보가 전해지고 약 3시간 뒤 하재헌 하사(21)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하 하사는 북한 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타결 소식을 알린 뉴스 화면과 함께 ‘진짜 두 번 다시 나와 같은 사고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고 북한은 더 이상의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 하사는 ‘지금 건강하다. 많이 좋아져서 더 이상의 걱정은 없다. 면회와 준 친구들 선배님들 후배들 너무 고맙다’며 인사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4일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을 펼치던 중 지뢰 폭발 사고로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아픔을 이겨내고 오히려 ‘재활하여 자랑스러운 군복을 입고 수색대대에 남아 군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페이스북에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전역까지 미룬 장병들은 이날 협상 결과가 나온 뒤 마음을 놓았다. 25일 전역할 예정이던 육군 1군단 백마부대(제9보병사단) 소속 이세존 병장(22)은 “오늘(25일) 전역하는 동기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데 일조했다는 뿌듯함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 병장은 조만간 전역하면 대학에 복학할 예정이다. 육군 8군단 제12포병단 소속 장영우 병장(22)은 “전역 후에도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주저 없이 전선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도발 사태를 긴장 속에서 지켜봤던 천안함 폭침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들은 과거와 달리 북한이 곧바로 유감을 표명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천안함 ‘46용사’인 고 안동엽 병장의 아버지 안시영 씨(53)는 “북한이 지금까지 유감을 표명한 게 손에 꼽을 정도 아니냐”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이번 협상을 위해 정부가 무박 4일 동안 고생했는데 앞으로도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계속 주도권을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협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연평해전 전사자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 씨(62)는 “연평해전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유감 표명에 그친 것은 못마땅하다.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북한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며 “정부가 더 강경한 자세를 보여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에서도 협상 결과를 두고 “현실에서 가능한 최선이었다”, “유감 표명으로는 부족하다. 확성기는 계속 틀어야 한다”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과거보다 성숙해진 안보 의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유독 많았다. 과거에는 북한 도발과 관련된 유언비어나 괴담이 확산돼 남남 갈등이 빚어졌지만 이번에는 대부분이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2004년 북한을 빠져나온 안청룡 씨(39)는 “남북 간 대치 상황이 벌어질 때면 남남 갈등이 불거졌고 북한이 이를 악용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여야를 포함해 한국 사회가 한목소리를 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 강모 씨도 “천안함 폭침 때와 달리 우리 사회가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의 노고를 알아준 것 같다. 분명 국민 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정성택·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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