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원재]오너만 있고 국민은 없는 롯데 ‘폐쇄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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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후계 분쟁]

장원재 도쿄특파원
장원재 도쿄특파원
한국 롯데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 ‘철옹성’처럼 보였다. 지난달 말 롯데 후계 분쟁이 불거졌을 때 도쿄에 있는 이 회사를 찾았을 때 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고 어렵게 만난 홍보 담당자는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른 실무자에게 몇 번이나 주주총회 일정 등을 물었지만 “비상장사라 주주 관련 질문에는 일절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일반 기업에선 언론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실장은 언제나 부재중이었다.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한술 더 떠 “일본 측에 지분 구조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는데 우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연막을 쳤다.

기자들이 이 회사의 내막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수많은 소비자와 납품 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재계 서열 5위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권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직원이 달랑 3명인 비상장회사 광윤사(光潤社)처럼 글로벌 기업의 정점에서 아무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그룹을 운영하는 회사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에도 롯데 측은 신 회장의 동선에 혼란을 주기 위해 수차례 비행기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며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이날 귀국 편명이 확인되자 이번에는 “회장이 혼자 출입구 측 창가 좌석에 앉는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 좌석은 한국으로 이동하는 동안 비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소동이라 할 수 있지만, 결국 폐쇄성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오너를 위해 사실을 숨기고, 때로는 육탄 방어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다른 기업에서도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기업 활동과 향배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기업에 딸린 수많은 식솔과 소비자들 때문이다. 후계 분쟁에서 세 대결에만 몰두하다간 승자도 패자도 환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장원재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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