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국회의원 봐주기?… 어물쩍 수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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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술-증거 확보하고도 미적대다 따가운 여론에 뒤늦게 소환 방침
피해자 말 바꾸자 ‘무혐의’ 내비쳐… 경찰내부 “진술번복 배경 따져봐야”

경찰이 성폭행 의혹의 중심에 선 현직 국회의원 수사를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과 폐쇄회로(CC)TV 증거까지 확보해 놓고 경찰은 최근까지 의원 소환과 서면 조사를 놓고 고민하다가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소환 방침만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40대 여성 보험설계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새누리당 소속 A 의원을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신고를 한 피해 여성을 3차례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침대에 눕혀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또 호텔 CCTV에서 A 의원이 먼저 들어가고 피해 여성이 나중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도 확인했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통화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 의원을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번 주말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일단 피해 여성이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은 사건 초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의원을 만난 이후 2차 조사 때는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했지만 도망가려고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다”라며 진술을 번복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성폭력 수사의 핵심 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변했고 나중에 ‘(A 의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며 “피의자 조사가 남아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이 진술을 번복한 배경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추가 조사 때 바뀐 진술이 (법을 잘 아는) 누군가 알려준 것처럼 수준이 높다”며 “성폭행 정황이 구체적인 만큼 가해자를 직접 불러 제대로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의 진술 번복 과정에 회유나 협박이 있었는지 가려서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폭행은 과거 친고죄였지만 지금은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논평을 통해 “진상조사를 한답시고 물 타기 하거나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가는 큰코다칠 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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