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소액주주들 “엘리엇 먹튀 우려” 위임장 전달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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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임시주총 D-4… 치열한 표대결

‘팀(Team) 삼성’ vs ‘팀 엘리엇’.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여부를 결정지을 임시주주총회(17일)가 임박하면서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간 부동표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양측 간에 본격적인 ‘숫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앞서 10일 국민연금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은 어느 정도 부담은 덜었지만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분위기다.

12일 삼성 측 분석에 따르면 아직 합병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 지분(26.26%) 중 상당수가 엘리엇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삼성이 확보한 우호지분(30.99%)과 유사한 수준이다. 결국 전체의 약 4분의 1에 이르는 소액주주 지분(22.23%)을 남은 나흘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자가 결정되는 셈이다.

○ 본격화된 숫자 싸움

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총 참석 주주 가운데 3분의 2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 주총 참석률을 60%로 가정할 경우 40%, 70%일 땐 46.7%, 80%일 땐 53.3%의 찬성을 각각 얻어야 이길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동안 평균 주총 참석률은 60%였지만 이번에는 최대 8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실한 ‘팀 삼성’, 즉 삼성 측 우호지분은 30.99%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 13.82%와 삼성물산 자사주를 인수한 KCC 5.96%, 국민연금 찬성분 11.21%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삼성물산 지분 11.05%를 보유한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대체적으로 ‘합병 찬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분 0.2∼0.5%씩을 보유한 공무원연금, 지방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은 주총에서 찬성 의견을 내기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들도 이미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국민연금처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을 모두 갖고 있어 합병비율 등의 문제보다는 합병 이후의 시너지효과와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모두 합병에 찬성하면 삼성물산은 약 42%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셈이다. 주총 참석률이 70%라면 5% 이상, 80%인 경우 11% 이상 더 확보해야 된다.

○ 삼성 ‘한 표라도 더’


‘합병 실패 시 재합병 추진은 없다’고 배수진까지 친 삼성으로선 조금의 ‘리스크’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는 주총일을 5영업일 앞둔 9일 밤 12시 마감된 상태다. 이들의 입장은 주총일 공개될 예정이지만 메이슨 등 미국계 헤지펀드는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이 엘리엇 중심으로 결집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삼성으로선 소액주주 지분 가운데 최소 15% 이상 찬성표를 더 확보해야 안전하게 합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사실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된 국내 소액 투자자 확보에 마지막 남은 일정을 ‘올인’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주총에 직접 참석 △제3자 대리인에 위임 △삼성물산 또는 엘리엇에 위임장 전달 등 3가지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주주명부상 확인된 1000주 이상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위임장을 확보 중이다.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에 위임장을 전달하는 소액주주가 막판에 빠르게 늘고 있는 상태다. 소액 투자자들은 엘리엇이 언제 투자금을 빼고 나갈지 모른다는 점에 소액주주 상당수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합병 무산 시 삼성물산 주가가 22.6%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데 이어 현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도 잇달아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김지현 jhk85@donga.com·정임수·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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