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기자본 국내공세 전망’ 전문가 40명 긴급설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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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헤지펀드 공격 가속”… 50% “적대적 M&A 늘 것”
“국내 산업계 전반 뒤흔들 위험… 지배구조 개선-경영권 방패 시급”

국내 경제 전문가 10명 중 9명이 향후 해외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전문가들 중 절반은 해외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투기자본의 공습’이 국내 산업계 전체를 뒤흔들기 전 국내 기업들은 스스로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정부 및 정치권도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동아일보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 10개 증권사 등의 국내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향후 국내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40명 중 10명(25.0%)이 ‘매우 그렇다’, 27명(67.5%)이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2.5%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본에 의해 적대적 M&A를 당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 40명 중 20명(50.0%)이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4명(10.0%)에 그쳤고 16명(40.0%)은 ‘보통’으로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 늘어나는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46.4%가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경우 성장가치가 크지만 오너가(家) 지분이 미미해 이 틈을 파고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국내 기업 상당수는 후대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일시적으로 그룹 지배력이 더 약화될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기업은 기본적으로 순환출자 형식으로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는데 이것을 법적으로 막고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다 보니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며 “공격자들에겐 창을 허용하면서 국내 기업에는 방패를 쥐여주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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