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세대 AI반도체 2분기 첫 양산”… 엔비디아에 공급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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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보다 성능 50% 늘린 ‘12단’
HBM ‘12단시장 선점’ 승부수
반도체부문, 5분기만에 흑자 전환… “2분기도 출하량 조절 수익성 집중”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성능을 50% 개선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12단 제품을 2분기(4∼6월)에 양산한다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12단 제품이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AMD 등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세대 HBM까지는 SK하이닉스에 뒤처졌던 삼성이 SK가 주력하는 8단이 아닌 12단 제품을 통해 ‘판 뒤집기’를 시도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30일 삼성전자는 1분기(1∼3월)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중 12단 ‘HBM3E’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업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2분기 중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5세대 HBM에서 12단 제품은 8단보다 성능과 용량 면에서 50% 이상 개선돼 AI 칩의 학습 능력을 높여준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2단 HBM3E가 2분기 중 AMD의 신형 AI 가속기인 ‘인스팅트 MI350’에 탑재되고, 하반기(7∼12월)에는 엔비디아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AMD는 인스팅트 MI350을 내년에 양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자 2분기에 칩을 공개하고 하반기에 양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앞당겼다. 또한 지난달 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이라는 서명을 남기며 공급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내준 HBM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12단 시장 선점에 승부를 건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 순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을 3분기(7∼9월)에 개발을 끝내고, 내년에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가고 있다. 해당 물량은 이미 공급사와 협의를 완료했다”며 “내년에도 올해보다 최소 2배 이상 공급할 계획이고,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HBM 전체 판매 수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을 비롯한 AI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2022년 4분기(10∼12월)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매출은 23조14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9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출하량은 D램이 10% 중반, 낸드가 한 자릿수 초반 감소했지만, 고성능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며 평균판매단가(ASP)가 각각 약 20%, 30% 상승한 결과다. 이에 D램과 낸드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PC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이 아직 부진한 데 따라 삼성은 2분기 감산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출하량 조절을 통해 수익성 증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사장은 “공급(출하량) 관점에서 올해 업계 생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증가율)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D램은 생성형 AI 수요 대응으로 선단 공정 생산능력이 HBM에 집중되고 있어 그 외 선단 제품은 (출하량 증가에) 제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ai 반도체#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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