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리인하-구조개혁-세수확보 안되면 2%대 성장”

  • 동아일보

2015년 성장률 전망 3%로 낮춰

《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낮췄다. 이마저도 낙관적 전제에 따른 것이어서 실제 달성 가능한 성장률은 2%대 후반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출이 줄고 구조개혁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기조를 뒷받침하는 KDI마저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함에 따라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0%로 내렸다. 이는 △세수 목표치 달성 △추가 금리 인하 △구조개혁 목표 달성 등 현실화하기 힘든 상황을 전제로 한 전망이어서 사실상 2%대 성장을 예고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저성장 상황에서 낮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경고음이 본격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 수출 부진에 발목 잡힌 한국

KDI는 20일 내놓은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전망치(3.5%)보다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수출 부진, 취업자 증가폭 둔화, 가계부채 증가, 신흥시장 경기 둔화, 그리스 채무불이행 가능성 등 대내외 상황이 모두 부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수출 부진이 가장 심각하다. 올해 예상 수출액은 5672억 달러로 지난해(6213억 달러)보다 8.7%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경제 성장이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엔화 및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게 주요 원인이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 유로존의 경기회복 지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적 요인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내수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KDI는 저금리, 유가 하락, 주택시장 개선 등 요인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내수 부문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저금리와 유가 하락으로 실질구매력이 개선되고 건설투자도 점차 개선된다는 것이다.

○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

문제는 이번에 하향 조정한 3.0% 성장률도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KDI는 이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추가 금리 인하 △성공적인 구조개혁 △세수 목표치 달성의 3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충족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이미 1%대에 진입한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는 쉽지 않다. 연금, 노동, 금융, 교육 등 구조개혁 과제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세수 결손액이 7조∼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수 목표치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KDI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이번 전망에는 상당한 정도의 하방위험이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3.0%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KDI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은 최근 연초의 장밋빛 전망을 포기하고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에서 3% 초반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기존 성장률 전망치(3.8%)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한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된 상태인 만큼 이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한국만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금리인하#구조개혁#세수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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