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촌지 200만원 넘을때만 고발”… 김영란法과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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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기준 강화” 약속 흐지부지… “교육계 반발에 눈치보기” 지적
市교육청 “형사고발 확대 검토”

15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촌지 근절 대책이 촌지 근절 의지가 부족한 데다 상위법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날 △학교 현장에서의 촌지 예방 캠페인 강화 △촌지 신고자에게 포상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날 발표한 근절 대책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청렴 무결점 운동’ 내용보다 오히려 크게 후퇴했다는 것.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비리 공직자의 형사고발 기준을 강화하겠다”며 “지금까지는 교원이 2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했을 때만 의무적으로 사법기관에 고발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의무 고발 기준을 100만 원 이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대책에서 촌지 수수 교사의 형사고발 기준은 ‘100만 원 이상’이 아니라 기존처럼 ‘200만 원 이상’으로 명시됐다. 해당 규정인 ‘서울시교육감 소속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규정’은 서울시의회의 동의 없이 교육감이 직권으로 바꿀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물론이고 시교육청 내에서도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과 취지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모순되는 이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법’은 교원 등 공직자가 한 번에 100만 원(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뇌물을 받으면 직무 대가성이 있든 없든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했다. 가령 교사가 학부모에게서 촌지 120만 원을 받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김영란법’으로 처벌된다. 반면 같은 촌지를 시교육청이 적발했을 경우 의무 고발 기준 금액인 200만 원보다 적기 때문에 굳이 고발할 의무가 없다. 상위법보다 하위법이 더 관대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0만 원 미만의 촌지를 받은 교사가 경찰에 적발되면 처벌받고, 서울시교육청에 적발되면 고발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일부 교육계의 반발에 눈치를 본 결과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시교육청이 청렴운동 계획을 발표한 뒤 일부 교원단체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불만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발 규정을 빨리 바꾸려 했지만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처리가 늦어진 것”이라며 “규정은 그대로지만 실무적으로는 200만 원 미만의 촌지 수수도 모두 형사고발 처리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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