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홍보수석실, 딱 대한항공 홍보실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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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윤두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정윤회 동향 문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에 대해 “몇 사람이 개인적으로 사심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고 경제 도약을 위해 매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내 이야기”라고 답했다. 대변인도 아닌 홍보수석이 나서 ‘개인 소견’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수사 결과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윤 수석이 대통령의 생각을 대신 전한 것으로 유추된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나을 뻔했다.

문건사태를 일으킨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경정)이 지금은 청와대 바깥 사람이지만 문건 작성과 유출 당시엔 엄연한 대통령 참모들이었다. 청와대 내부 인사가 벌인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정도면 홍보수석은 “면목 없다”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사과부터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는 대통령 동생을 둘러싸고 청와대 내부의 권력다툼에서 벌어진 일이지 않은가.

‘문고리 권력 3인방’ 비서관들의 부적절한 국정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윤회 씨의 딸 문제와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 경질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청와대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의혹들이 다시 터져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윤 수석은 청와대 비서실 쇄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않고 “경제 도약에 매진하라”고 오히려 국민에게 훈계를 했다.

대한항공의 ‘땅콩 리턴’ 사태는 사건 그 자체보다 사안의 엄중함과 국민정서를 몰랐던 회사 측의 부적절한 대응이 더 문제였다. 윤 수석의 발언을 보면 딱 그 수준밖에 안 되는 듯하다. 청와대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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