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상처를 정치투쟁에 이용… 시민단체에 밀려 야당 역할 실종”

강홍구기자 입력 2014-08-29 03:00수정 2014-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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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국민대책회의 분석]전문가들이 보는 한국의 시위문화
SNS 등 통해 적극적 ‘여론몰이’… “제도권이 제역할 못한 탓” 지적도
“세월호 참사 관련 단식 릴레이에서 ‘유민 아빠를 살립시다’와 같은 감성적인 언어가 동원되는 건 한국의 정치가 얼마나 감정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다.”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주요 이슈 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연대모임을 결성해 주도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정체되고 있는 수습 국면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토론회 ‘세월호에 갇힌 대한민국, 출구는 있는가?’를 개최했다.

홍 교수는 “자칭 전문가집단에서 시작돼 언론, 정당, 지지 국민, 시민단체로 이어지는 진보 성향의 연결 구조가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정치적 진지(陣地)로 기능하고 있다”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매체로 특정 의혹과 주장을 빠르게 확산시키면서 여론의 향배에 민감한 여당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정국에서 의회정치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광화문광장 단식 농성에 일부 야당 의원들이 동조함으로써 국회를 통해 소통하고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 고유의 업무를 방기한 채 장외정치나 국회 내 농성정치로 변질됐다”며 “유가족을 둘러싼 각종 정치세력의 초법적 정치공세에 밀려 국회 본연의 업무는 마비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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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별도로 취재한 전문가들도 급진적인 시민단체들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가상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소장은 “현행 제도권이 약자들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다 보니 조직과 경험을 갖춘 단체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이 생긴다”며 “시민사회밖에 믿을 곳이 없으며, 이들도 투쟁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원하는 바를 얻기 힘들다는 방법론적 한계 때문에 더욱 과격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반정부 성향 단체들은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극단적”이라며 “사고 피해자들의 약해진 감정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반정부 투쟁에 이용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 갈등과 슬픔을 조절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울대 박배균 지리교육과 교수(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소속)는 “세월호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국가 전체적인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행동에 나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들 단체가 유가족을 부추겨서 반정부 활동에 나서게 한다는 일부 보수 세력의 주장은 제대로 된 세월호 진상 규명을 막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억측”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시위문화#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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