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감사’ 자니 윤을 보니 공공개혁 싹수 노랗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미디언 자니 윤(본명 윤종승·78)이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그의 경력을 보면 관광 분야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기업체에서 일한 적도 없고 감사(監査) 업무는 더더구나 해본 적 없다.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이 가장 최근 이력이다.

정부는 관광 분야를 금융 보건의료 등과 함께 5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겠다고 수차 밝혔다. 그러면서 업무와 전혀 무관한 사람을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로 감사에 임명하는 정부가 과연 관광 분야를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4월 임명된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도 광고디자인 전문가로 대선 캠프에서 일한 인물이다. 낙하산도 어느 정도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윤 씨의 임명을 거부하다 면직당했다는 소문까지 나올까.

상임감사는 사장 다음 높은 자리로 관광공사의 업무와 회계를 감사한다. 2년 임기 동안 기본급 연 8300여만 원에 차량과 운전기사까지 제공받는다. 관광공사는 올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고 연간 적자가 200억 원이 넘는다. 재향군인회 출신 전임 상임감사는 2012년 직무수행실적평가에서 방만경영 재발방지 부문에서 D+를 받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번엔 재무제표를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감사를 또 앉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월 30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초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 첫머리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역설했다. 그러나 집권 후 올해 5월까지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만 봐도 낙하산 인사가 무려 75명이다. 역대 정부가 빠짐없이 공공개혁을 강조했지만 낙하산 사장 및 감사와 ‘금밥통’ 공기업 노조가 야합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과거처럼 흐지부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던 박 대통령의 ‘보은 인사 끝판왕’ 임명에 국민은 배신감마저 느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관피아의 적폐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면 대통령부터 낙하산 인사의 적폐를 끊어내야 한다. 그제 대통령이 영화 ‘명량’을 관람한 데 대해 청와대는 “한국 사회를 다시 일으키는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순신 리더십 어디에 ‘보은 인사’가 있는가. 윤 씨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했다. 공공개혁을 책임진 최경환 기재부 장관은 윤 씨의 추천과 임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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