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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아시아 패러독스’를 넘어서려면

입력 2014-03-15 03:00업데이트 2014-07-2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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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태안보소장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국가 간 경제적 상호 의존과 안보 경쟁 극복에 기여하는 다자기구를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이 ‘아시아 패러독스’(한중일이 경제 분야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 정치·안보 갈등은 심화되는 현상)를 극복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지역 내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NAPCI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의 조용한 ‘트랙 투(Track 2)’ 회의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평가가 현저하게 달라졌다. 이런 정세 변화 속에서 일본과 미국 중국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NAPCI는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과연 NAPCI 실현을 가로막는 방해물은 무엇일까?

우선 고위 정치(high politics·군사 외교 현안)가 저위 정치(low politics·경제 사회 이슈)보다 우위에 있는 점이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다자 네트워크인 6자회담은 빈사 상태다. 최근 장성택 처형은 북한 내부 안정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평양이 마지못해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재가동을 받아들인 것 역시 평양이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만 남북관계가 미미하게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다른 장애물은 바로 이 NAPCI의 내용물이다. 박근혜 정부는 일련의 다양한 비전통적 안보 이슈(미세먼지 대응, 환경, 사이버 안보, 공중보건) 등도 다루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주제를 다루는 메커니즘에 북한이 실익이 있다고 보고 참여할까.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NAPCI를 성공시키려면 크게 다음 네 가지 질문에 유효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어떻게 하면 미국이 NAPCI 실현을 돕도록 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NAPCI 실현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 점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실질적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는 메커니즘에만 열의를 표할 것이다.

둘째, 어떻게 하면 중국의 지원을 이끌어 낼 것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을 포위하려고 고안된 것으로 해석되는 틀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려 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나쁜 행태에 점차 인내심을 잃고 있지만 베이징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 안정이다.

셋째, 어떻게 하면 한일 간 긴장이 양국 간 안보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서울과 도쿄의 군 당국은 정보교류와 위기대응계획 수립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고위급 정치 차원의 지원 없이는 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끝으로 어떻게 하면 NAPCI가 아시아의 다른 다자협력 틀과 차별화될 것인가. NAPCI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포럼 등과 차별화되고 추가 이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들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공동 목표를 세우고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민간 핵 안전 분야나 결핵 퇴치 등은 개발기구와 비정부기구들이 공동의 대의를 찾을 수 있는 틈새 이슈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또 이런 주제들은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동기금은 시민사회의 참여와 인적 교류 확대를 통해 네트워크 확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아시아 패러독스’는 점진적으로 ‘아시아의 약속’으로 바뀔 수 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태안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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