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전주공장 짓자… 中企 30여곳 몰려 ‘카본밸리’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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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8>효성 탄소섬유공장 들어선 전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효성 전주 탄소섬유공장에서 직원이 막 생산한 탄소섬유를 들여다보고 있다. 효성 제공
전북 전주시 덕진구 효성 전주 탄소섬유공장에서 직원이 막 생산한 탄소섬유를 들여다보고 있다. 효성 제공
지난달 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탄소산업단지는 곳곳에 막 완공한 공장과 건설 중인 공장들이 뒤섞여 있었다. 이 공장들은 모두 효성 전주 탄소섬유공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효성이 만든 탄소섬유 원료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산단에 입주한 기업은 효성을 포함해 30여 곳으로 공장이 들어선 곳보다 빈 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전주시는 탄소섬유 산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2020년경에는 중소기업이 100개 이상 늘어나고 종사자도 6000여 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단지 규모도 현재 66만 m²에서 182만 m²까지 늘릴 계획이다.

○ 기업과 지자체가 첨단 산업단지 만들어

전주시는 당초 상용차 부품산업단지를 조성해 시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산업단지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없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방향을 수정한 전주시는 2006년 전주기계탄소기술원(현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세우며 탄소섬유 사업에 ‘올인(다걸기)’ 했다.

탄소섬유 사업에 관심이 많던 효성은 2008년 전주시와 공동 연구에 나섰다. 방윤혁 효성 전주 탄소섬유공장장은 “전주에 이미 지어놓은 파일럿플랜트(실험용 설비)가 있었기 때문에 연구개발 시간을 2, 3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효성은 2009년 범용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2011년 3월에는 고성능 탄소섬유도 개발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효성 관계자는 “회사의 주요 공장과 시설이 영남지역에 몰려 있는데 아무 기반이 없는 전주에 공장을 세워야 하느냐는 회사 내부의 반론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주는 탄소섬유 관련 인프라가 탄탄했다. 방 공장장은 “원료를 생산하는 입장에선 이 원료를 활용한 부품산업이 발전해야 하는데 탄소기술원이 각종 탄소섬유 기술과 시제품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2012년 3월 착공한 효성 탄소섬유 공장은 지난해 5월 준공했다. 이 공장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강도 탄소섬유인 ‘탠섬’을 생산하게 됐다. 최락희 전주시 신성장산업본부장은 “지자체가 미래 전략산업을 발굴하고, 기업과 지자체의 공동연구를 거쳐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 시민들 성금 내고 지자체 조례로 지원

효성이 전주에 입주하기까지 시의 노력도 컸다. 전주시는 2007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관련 사업을 3년 이상 해왔고 직원 수가 30명 이상인 업체’에 대해 용지 매입과 공장 건설 등에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탄소섬유산업단지를 담당하는 탄소섬유과도 신설했다. 최 본부장은 “당시 공단용 토지 보상 때 공무원들이 너무 열심히 설득을 하러 다니다 보니 땅주인 한 명이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며 “그 집에 매일 들렀던 공무원이 빈집에 남겨진 개의 밥까지 챙겨주면서 땅주인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호응은 컸다. 산단 조성이 토지 보상 문제로 난항을 겪자 한 시민은 시청에 전화를 걸어 “산단 토지 매입에 써 달라”며 편지와 함께 2013만 원의 기부금을 공중전화 앞에 놓고 사라졌다. 이후에도 기부의 손길이 이어져 토지 보상금 1억여 원을 주민들의 성금으로 마련하기도 했다. 송하진 시장은 “우리는 그 시민들을 ‘탄소천사’라고 부른다”며 “시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효성도 공장을 전주에 짓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직원은 전주 출신으로 뽑아

효성은 공장 준공 당시 직원 100여 명을 모두 전주 출신으로 뽑았다.

효성의 공장이 들어서면서 전주시가 추진한 카본(탄소)밸리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았다. 현지 중소기업들이 탄소섬유를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거나, 기존 업체들이 탄소섬유 관련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 탄소섬유로 신호등을 만드는 임동욱 CTS 대표이사는 “원래 강철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효성이 입주하면서 탄소섬유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현재 효성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탄소 관련 기업을 유치하려고 지난해 말 탄소융합부품소재 창업보육센터를 열었고 이달 초에는 인력 양성을 위한 ‘탄소산업 전문교육센터’도 준공했다. 방 공장장은 “원료를 생산하는 우리 입장에선 탄소섬유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늘어나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산업단지 내 업체들의 모임인 탄소산업융합협의회에 참가해 현지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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