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위안부 해결 촉구 법안’ 통과… 일본 로비 막으려 극비작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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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출법안에 넣어 통과시켜

미국 의회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처음으로 법안에 명시한 것은 일본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부정적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및 주변국의 만류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역주행을 이어가는 일본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법안 명문화를 통한 강도 높은 압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 시간) 연방 하원에서 국무부 세출법안 보고서가 포함된 2014년 통합 세출법안은 찬성 359 대 반대 67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2007년 7월 미 하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후 일본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강력한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결의안이 미 하원의 선언에 그쳤다면 이번 법안 통과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해 직접 실천에 나서라는 촉구에 해당한다. 이 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중대한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달리 그동안 일본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말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전격 강행했다. 또 일본은 오히려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립공원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로비 공세를 벌이거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강변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번 법안 통과는 일본계 3세인 마이크 혼다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다 의원은 일본 측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사전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문구는 지난해 7월 세출법안 초안 때부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 정부가 결의안을 이행하라는 내용이 이날 표결 직전 공개돼 일본 측이 거의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 의원은 평소 ‘일본이 제대로 된 나라가 되려면 독일처럼 과거사를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 왔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정보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 측은 “혼다 의원이 ‘한인사회에 좋은 선물을 주겠다’며 보고서 내용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법안 통과 소식을 전해들은 주미 일본대사가 황급히 달려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통합 세출법안은 18일까지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일정이 촉박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세출법안의 필수 구성요소로 세출예산 집행과 관련된 미 의회의 정책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상원을 통과한 세출법안은 대통령이 서명하는 것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미국 하원#위안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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