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대표 ‘박근혜 씨’ 발언 두고 새누리-통진당 이틀째 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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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대중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통진당이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심판·국정원 해체·공안탄압 분쇄 5차 민주찾기 토요행진'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쓰지 않으면서 '박근혜 씨', '독재자', '박근혜 독재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이 대표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 내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니냐"며 "정권 비판한다고 야당에 대해 내란음모죄를 조작하고 정당해산까지 청구하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박근혜 씨'가 바로 독재자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10일 현안브리핑에서 "이정희 대표는 국민이 인정한 공당의 대표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 대중집회에서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지칭한 이정희 대표는 통진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엔 부적격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당의 대표는 그에 맞는 격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분노와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고 해서 국가지도자에게 막말을 뱉어내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통진당의 현실이"이라며 "국민께 사죄하고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르다. 국기문란·내란음모에 휘말린 것만 가지고도 이정희 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쏘아붙였다.

통진당은 바로 반격을 가했다.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과연 새누리당이 '격'을 따질 자격이나 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더 이상 어떻게 더 예의를 갖추기를 바라는가. 독재의 길을 선택한 통치자에게 저항의 민심을 대변한 것"이라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최대한의 예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이 나섰다.
그는 통진당 대변인의 논평 몇시간 후 마이크를 잡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국가원수 모독'에 또다시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지금 국기 문란, 내란음모의 죄만으로도 자숙하여야 할 이정희 대표는 대중집회에서 대통령을 '박근혜씨'로 지칭하여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정희 대표의 연설은 국가지도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몰염치함의 극치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며 "헌재에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중인 상황에 이정희 대표는 삭발식과 3보 1배를 하여 정치선동 퍼포먼스를 벌일게 아니라 조용히 자숙하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를 전해들은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이 또 발끈했다.
그는 11일 "어제 다시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이 '국가원수 모독'에 대해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분기탱천했다. 분노와 분기탱천이야 자유지만 혹여라도 그 대상이 잘못되진 않았는지 곰곰히 돌아보시길 권고한다"며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쏟아냈던 그 믿기 힘든 막말들은 새까맣게 잊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당시 사례 몇 가지를 나열했다.

그는 "'정치공작에 의해 태어난 정권은 태어나선 안 될 정권이고, 태어날 가치도 없는 정권이다' 2005년 5월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말"이라며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미숙아에 비유하여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지'라는 막말까지 서슴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이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인가, 나는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2003년 7월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다.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3년 9월, 지금도 새누리당 실세로 인정받는 부정선거의혹의 당사자 김무성 의원의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당대표가 주재한 당직자회의에서 쏟아져나온 대표적인 인신공격 '개구리 발언'은 어쩔 것이며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의 '등신외교' 발언은 어쩔 것인가! 한나라당 대표적 의원들이 총출동하여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으로 비하했던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는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함께 관람하면서 웃고 맞장구를 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설마 새누리당은 이 모든 기억을 다 잊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2002년 대선이 치러진 지 닷새만에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했다가 결국 서청원 당시 대표가 대국민사과까지 하고도 버젓이 황우여 현 대표가 며칠 전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대선불복의 길을 걸은 예는 없다'고 말하는 판이니 새누리당의 기억상실증이야말로 심각한 수준임에는 분명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자료를 제공해 드리겠다"며 "이쯤 되면 강은희 원내대변인의 분노와 분기탱천은 새누리당 본인들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답변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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