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연애-결혼-출산 포기한 ‘삼포세대’가 걱정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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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기(motivation)의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충족을 얻을 가능성이다. 대체로 우리는 실제
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갈망한다.” 》

―동기와 성격(에이브러햄 매슬로·21세기북스·2009년)

생리→안전→애정, 소속→존중→자기실현. 낮은 단계의 욕구가 해결될 때 다음 단계의 높은 욕구가 나타난다는 ‘동기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의 얘기다.

동기는 인간에게 행동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매슬로는 행동의 동기에 초점을 맞췄다. 주린 배가 채워지면 배고픔은 더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좀 더 차원 높은 기쁨을 찾게 된다는 식이다.

이는 획득 가능성, 즉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은 수입이 늘면 몇 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간절히 원하게 된다. 실제 평범한 회사원들은 소유할 가능성이 있는 자동차, 아파트에는 관심을 둔다. 반면 절대 ‘내 것’이 될 리 없는 전용 비행기 따윈 거들떠도 안 본다. 무의식적으로도 원하지 않는다.

‘1인당 결혼 평균 비용 5198만 원’.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설문 결과다. 소득수준에 따라 비용은 달라져 최대 3억3650만 원까지 뛰었다. “이러니 결혼은 엄두도 못 낸다”는 ‘삼포(三抛)세대’의 댓글도 이어졌다. 삼포세대는 경제적 압박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2030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인간은 갈망의 동물이다. 하나의 욕구가 만족되면 또 다른 욕구가 떠올라 그 자리를 메운다. 그런 과정은 평생 계속된다. 매슬로는 “좋은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자아실현자가 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회”라고 했다. 기본 욕구가 충족돼 최상위 단계의 욕구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나쁜 사회’라고 했다.

매슬로의 말을 빌리자면 청년들에게 만성 욕구 불만도 아닌 연애, 결혼, 출산의 욕구를 아예 거세한 사회는 ‘병든 사회’다. ‘나쁜 사회’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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