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요즘 웹툰에 등장하는 상품들 대박 터진다는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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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강자 웹툰마케팅, 유통지형 바꾼다

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라’가 이보람 웹툰 작가의 일러스트에 유기견 보호 메시지를 담아 선보인 한정 판매 크림(위)과 윤태호 만화가의 ‘미생’ 캐릭터를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한 롯데칠성음료의 캔커피. 각 업체 제공
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라’가 이보람 웹툰 작가의 일러스트에 유기견 보호 메시지를 담아 선보인 한정 판매 크림(위)과 윤태호 만화가의 ‘미생’ 캐릭터를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한 롯데칠성음료의 캔커피. 각 업체 제공
서른한 살의 회사원 남 대리는 야근과 회식이 잦아 평일 운동은 꿈도 못 꾼다. 그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메타볼릭 신드롬)’ 진단을 받았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과 고혈압, 혈당장애, 고중성지방 등 5가지 위험 요소 중 3개 이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상을 일컫는다. 이는 몸 안의 노폐물을 내보내고 자양분을 다시 섭취하는 대사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증상이다.

건강검진 결과를 듣고 충격을 받은 남 대리는 곧장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회사 근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지만, 역시나 저녁 회식 자리에서 안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이어트는 내일로 넘기기 일쑤다. 결국 한 달 후 다이어트에 실패한 남 대리를 위해 여성 직장 동료인 오 대리가 아모레퍼시픽의 건강기능식품 ‘메타그린’을 추천한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페이스북에 연재하는 웹툰 ‘직장남녀’의 일부다.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의 ‘카툰(cartoon)’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를 말한다. 건강 기능식품을 알리는 데 느닷없이 웹툰을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고객에게 친밀하면서도 알기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내놓은 메타그린을 최근 리뉴얼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일반인들에게 상품에 대해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 텍스트 위주로만 설명하면 재미가 없어 가독성이 떨어질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만화가 고성은 씨와 협업해 웹툰을 연재하기로 했다. 이 웹툰은 총 3편으로 1편에서는 대사증후군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2, 3편에서는 메타그린 제품에 대한 설명과 섭취 방법을 소개한다.

이처럼 웹툰을 향한 기업들의 ‘러브 콜’이 늘고 있다. 웹툰은 그림과 풍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내며 그들과 소통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특히 스토리텔링 방식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인 ‘스토리슈머(Storysumer)’에게 잘 통한다.

웹툰으로 기업 매출이 늘어난 사례도 많다. 롯데칠성음료는 직장인들의 ‘필독 웹툰’으로 꼽히는 윤태호 만화가의 ‘미생(未生)’을 마케팅에 활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 회사는 캔커피 제품 리뉴얼에 맞춰 8월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6주 동안 미생의 말풍선을 채우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 결과 제품 리뉴얼과 웹툰 마케팅 효과가 맞물리면서 9월에만 156만 상자(상자당 30캔)가 팔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7만 상자)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번 이벤트에서 소비자들은 말풍선에 “제가 잠을 잔 게 아니라 아이디어 구상 중이었습니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잠잔 척했어요. 고맙습니다!” 등 직장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많이 보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들은 이달 2일 영플라자 1층에 웹툰 ‘마조앤새디’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열면서 입이 벌어졌다. 마조앤새디 매장을 보기 위해 백화점 개점 1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몰려들어 매장 앞에 줄이 100m나 늘어섰기 때문이다.

이 웹툰은 일하는 아내인 ‘새디’와 살림하는 남편인 ‘마조’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정철연 만화가의 작품으로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많이 쓰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내 마조앤새디 매장은 오픈 첫 일주일간인 2일부터 9일까지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웹툰의 장점은 특정 연령층이나 집단이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해 타깃 소비자에게 홍보를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웹툰은 쉽게 읽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들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현 기자 soohyun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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