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3년째…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 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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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두번째 규모 15만명 수용 난민촌, 300개 점포 들어서며 도시 모습 갖춰

10일 요르단에 있는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배급하는 식량 바우처를 받으러 온 엄마 곁에서 한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난민들은 1인당 하루 빵 4개(250g)를 배급받고, 한 달에 두 차례씩 받는 식량 바우처로 쌀 국수 비스킷 대추야자 등을 구하거나 난민촌 내 상점에서 채소나 통조림을 사기도 한다. 마프라끄(요르단)=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0일 요르단에 있는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배급하는 식량 바우처를 받으러 온 엄마 곁에서 한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난민들은 1인당 하루 빵 4개(250g)를 배급받고, 한 달에 두 차례씩 받는 식량 바우처로 쌀 국수 비스킷 대추야자 등을 구하거나 난민촌 내 상점에서 채소나 통조림을 사기도 한다. 마프라끄(요르단)=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10일 오후 7시 요르단 북부 시리아 국경에서 15km 떨어진 자타리 캠프에 어둠이 몰려오자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난민들이 서둘러 텐트로 돌아갔다. 한 야채 가게 주인은 “밤이 되면 강도가 날뛴다”고 말했다. 야음을 틈탄 성폭행도 많아 처녀들은 “화장실 가기도 두렵다”며 울상을 지었다. 해가 뜨면 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 다음 날 오전 난민촌 중간쯤에 들어가자 붉은 모래 먼지를 뒤집어쓴 텐트 사이로 활기찬 거리가 나타났다. 》

전승훈 특파원
전승훈 특파원
약 3km의 거리에 30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선 이곳은 ‘난민촌의 샹젤리제’로, 자타리 캠프의 최고 명물 거리다. 점포엔 여느 도시처럼 솜사탕 팝콘 담배는 물론 라디오나 텔레비전 같은 전자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의자와 거울을 놓고 머리를 깎을 수 있는 이발소도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라는 게임이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오락실에는 아이들이 북적거렸다.

전갈과 도마뱀밖에 살지 않던 사막에 들어선 자타리 캠프촌은 시리아 내전이 3년째 장기화되면서 어느덧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약 15만 명의 난민이 수용된 자타리 난민촌은 케냐 다다브의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 식량 바우처 제도가 앞당긴 도시화

9일 오전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직원과 함께 자타리 캠프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를 찾았다.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은 아침 6시부터 빵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등록된 난민에게 하루 28t(1인당 4개)의 빵을 배급하고, 한 달에 2번씩 쌀, 국수 같은 식량을 배급한다. 처음에는 일부 난민이 구호 요원들을 공격하고 식량 창고를 약탈하는 사고도 빈번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식량 배급 담당자인 에마드 올완 씨는 “1년 내내 똑같은 배급 음식을 먹어야 하는 자타리 캠프와 난민들에게 최근 ‘식량 바우처’를 나눠 주기 시작한 뒤로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난민들이 ‘식량 바우처’를 통해 상점에서 야채와 통조림 등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사먹게 되면서 난민촌의 경제 활동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곳에서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아테프 씨는 “1년 전부터 2벌의 웨딩드레스를 구입해 5∼10디나르(약 7500∼1만5000원)에 빌려 준다”며 “이익은 많지 않지만 시리아의 일상으로 복귀한 느낌이라 좋다”고 말했다.

난민촌에는 축구장 병원 학교가 차례로 세워지고 텐트 가옥 대신 컨테이너가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도시로 성장하기에는 치안이 열악해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갱들의 마약 밀수 문제도 고질적이다. 특히 밤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계속 일어나 소녀들을 일찍 결혼시키기도 한다. 아난 양(15)은 “여아들이 사우디나 카타르 등 부유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게 팔려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 시리아 내전 7년 이상 장기화될 수도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구호 단체들은 자타리 캠프가 앞으로도 최소 7년 이상 존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르단 내에 있는 14곳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가 세워진 지 60년이 가까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자타리 캠프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요르단에 있는 등록된 시리아 난민 중 4분의 1정도만 난민 캠프에 수용돼 있을 뿐 대부분은 마프라끄, 이르비드와 같은 국경지대 마을의 아파트나 창고, 주차장 등을 빌린 ‘호스트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난민캠프뿐 아니라 호스트커뮤니티에 머물고 있는 난민 23만 명에게 구호 식량을 지원하고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 친화 공간 35곳과 청소년을 위한 직업교육센터 4곳을 운영해 아동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는 프로그램(긴급구호아동기금 후원전화 1577-9448)을 진행하고 있다.

UNHCR는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을 위해 올해 9억7657만 달러(약 1조421억 원)가 필요하지만 후원금은 4억6100만 달러나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사바 모바슬라트 세이브더칠드런 요르단 사무소장은 “레바논이나 요르단 등 난민을 받아들인 주변 국가의 식량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끝>

―마프라끄(요르단)에서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자타리 난민캠프#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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