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경제계 “경제부총리 부활했는데 나아진게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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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리더십에 불만

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주택 취득세 인하 문제를 제대로 조율해내지 못한 것과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사실상 질타했다. 왼쪽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박 대통령, 현 부총리.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주택 취득세 인하 문제를 제대로 조율해내지 못한 것과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사실상 질타했다. 왼쪽부터 정홍원 국무총리, 박 대통령, 현 부총리.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경제전문가들뿐 아니라 청와대와 여권까지 가세해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통솔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급박한 경제 상황을 맞아 경제팀의 수장(首長)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정책조정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현 부총리는 기준금리 등 개별 정책을 놓고 다른 부처와 갈등 국면을 자주 연출했고 서비스산업의 핵심 규제나 통상임금 문제 같은 사회적으로 폭발력이 큰 갈등 과제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다물거나 정책 결정을 무기한 보류해 왔다. 또 ‘무색무취하다’는 비판을 받는 현 부총리 특유의 스타일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정책 추진력뿐만 아니라 부처 장악력, 대(對)국회 교섭능력 등이 모두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총리가 직함과 위상에 걸맞은 소신과 리더십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갈등만 있고 조율은 없어


행정부의 정책의지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사례는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이다. 영리병원 도입, 의료법 개정 등 ‘뜨거운 감자’들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하기 쉬운 것들만 담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칫 강도 높은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가 생길 정치적 논란과 공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사실상 ‘무기한 보류’한 것이다.

5일 발표된 지역공약 이행계획 역시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눈치를 본 기재부는 ‘약속한 공약은 모두 지키겠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나 재원 계획, 지역별 우선 추진 공약 등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밀한 정책 결정을 해야 할 행정관료들이 어느 쪽에서도 욕을 듣지 않기 위해 고도의 정치적인 립서비스를 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 밖에도 취득세율 영구 인하, 정년연장 등 논란이 크지만 어떻게든 정책 방향이 나와야 할 사안에 대해 기재부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조정하라”고 주문할 정도이니 이해당사자나 관련 업계는 답답함이 크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부동산 취득세율 영구 인하 문제는 당연히 부처 간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경제사령탑이 방침을 정해주지 않으니 밖으로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다른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갈등의 당사자가 되는 일도 잦다. 현 부총리는 취임 직후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주문했지만 김중수 총재가 이를 거부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제민주화 과잉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현 부총리는 한동안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공정위원장, 국세청장을 불러 “경제민주화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공정위, 국세청 간부들 사이에서는 “당국자 간에 조용히 대화로 해결하면 될 일을 굳이 대놓고 요구해 조직 분위기만 위축시켰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 “적극적으로 정책 방향 제시해야”


현 부총리가 내정됐을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안정적인 정책 조정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내는 등 경제정책을 입안 및 조정하는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데다 특유의 유연한 성격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정권 초부터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방침으로 금융시장은 출렁거렸고 국내에서는 수출 내수 투자가 모두 둔화되는 비상시국이 이어졌지만 현 부총리의 정책 조정능력은 발휘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현 부총리가 정책 조타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부총리 제도가 도입됐지만 예전의 기재부 장관 시절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현 부총리가 국정 방향과 청사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부처 간 의사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경제팀 수장이 기업에 ‘우리가 이렇게 기업 활동을 도울 테니 기업들도 이렇게 협조해 달라’고 하는 확실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니 기업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고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정부 정책이 국회의 문턱에서 막히는 점도 경제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현 부총리가 대국회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경제팀의 ‘취임 후 첫 작품’이었던 4·1 부동산 대책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종=유재동·문병기·홍수영 기자 jarrett@donga.com
#경제부총리#현오석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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