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수술’ 해나 새소식 “美의료진, 해나 포기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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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해진 PD 블로그)
(사진=유해진 PD 블로그)
해나의 기적은 지금부터다. 미국 의료진은 '어린 천사' 해나(33개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MBC '휴먼다큐 사랑-해나의 기적'을 연출한 유해진 PD는 27일 오후 12시 39분 자신의 블로그에 '해나 상황 업데이트(6/27)'라는 제목으로 새 글을 올렸다.

유해진 PD는 전날 해나의 '긴급 수술' 소식을 전했다. 해나의 뇌에 혈전이 생겨 결국 두개골을 열고 혈전 제거 수술을 받았다는 것. 그는 이날 다시 글을 올리고 해나가 폐에 있는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추가로 받아야 하지만, 폐가 워낙 약해져 하려던 처치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모든 상황이 비관적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 PD는 27일 또 다시 글을 올리고 마크 홀터만 박사 등 해나를 담당하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의료진이 결정한 내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진은 "해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 PD는 "해나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해나 소식"이라며 "홀터만 박사가 현지 심장, 폐, 신장, 신경외과, 감염, 혈액, 외과 각 과의 전문의 들이 모여 논의를 했는데, 해나가 많은 문제는 있지만 각 분야 전문의 들은 문제점을 바로 잡기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해주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분명 시간은 걸릴지라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해나를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모색해 계속 나아갈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유 PD는 "해나의 기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분명 이 진정어리고 간절한 마음들을 해나가 배신할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이 어린 생명을 둘러싼 온정을 결코 모른 척 할리 없을 것이다. 이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캐나다인 아빠 대럴 워렌과 한국인 엄마 이영미 사이에서 태어난 해나는 태어나자마자 선청성 기도 무성형증으로 숨을 쉬지 못한 아이다.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지금껏 꿋꿋하게 살아가던 해나는 최근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병원에서 인공기도 이식 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이 지난 5월 MBC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 전파를 타 안방 시청자들을 울렸다.

▽다음은 유해진 PD가 27일 오후 12시 39분 블로그에 올린 글 전문.

해나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해나 소식입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오늘. 오후 5시에 의료진들과 미팅이 잡혔습니다. 그들은 4시반에 의료진들 끼리 미팅을 한 후 향후 방향에 대해서 부모인 우리와 논의를 하자합니다. 많은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릿속을 흔들어 놓고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5시.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방망이질을 칩니다.
주로 해나를 담당했던 의사들 외에도 여러명이 보이고 병원장님 까지 올라오셨습니다.
그녀는 우리를 보곤 애써 눈물을 감추느라 눈시울이 빨개진 게 보입니다.

신부님도 오시고 수녀님도 동행하셨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해나의 미래를 얘기한다는것.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혹여 잘못된 결정이 나온 나면 힘없는 우리가 그들에게 맞설 수 있을까요? 사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조차 분간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해나를 두 번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만 놓지 않으려 합니다.

의료진들끼리 미팅이 끝나고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회의실로 아빠와 걸음을 옮겼습니다.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홀트만 박사가 말을 뗍니다.
현재 해나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 심장,폐, 신장, 신경외과, 감염, 혈액, 외과 각 과의 전문의 들이 모여 논의를 했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각 분야 전문의 들은 문제점을 바로 잡기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분명 시간은 걸릴지라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해나를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모색해 계속 나아갈 거라고.

정반대의 상황을 각오하고 왔는데 순간 감사함의 감격의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흘러 내립니다. 회의가 끝나고 홀트만 박사를 부둥켜 안고 참고 참았던 감정이 폭발해 흐느껴 울고 말았습니다. 내색조차 할 수 없는 그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병원장이 눈물을 닦으며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를 건냅니다. 그녀는 병원의 이익보다는 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 크고 낯선 땅에서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세상의 의료진이 다 이들 같진 않을 것이고 특권층 또한 가진 것을 지키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전 오늘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 낼 기적을 미리 보았습니다.

해나의 기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이 진정어리고 간절한 마음들을 해나가 배신할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니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이 어린 생명을 둘러싼 온정을 결코 모른 척 할리 없을 겁니다.
이젠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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