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CJ 스위스銀 예금으로 일본에 차명법인 설립 비자금 세탁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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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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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부동산 임대업체 ‘팬재팬’ 수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스위스 계열 UBS은행 홍콩지점으로 빼돌린 돈 일부가 일본 부동산 매입을 위한 차명 법인을 만드는 데 쓰인 단서를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차명 재산 및 비자금의 해외 세탁과 자산 증식이 동시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CJ그룹 계열사 일본 법인장 배모 씨가 2006년 12월 4일 일본 도쿄의 부동산 매입을 위해 부동산관리회사 팬재팬을 설립한 자금이 스위스 UBS은행 홍콩 지점의 이 회장 계좌에서 유입된 단서를 포착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30일 본보가 도쿄 법무국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팬재팬 설립자금은 3537만 엔(약 3억9000만 원)이다. 배 씨가 대주주인 팬재팬은 2007년 1월 도쿄 소재 CJ재팬 빌딩을 담보로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 원을 대출받아 도쿄 아카사카(赤坂)의 빌딩을 사들여 임대사업을 벌여 왔다.

팬재팬이 보유한 아카사카 빌딩이 결국 이 회장 소유 아니냐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배 씨는 이 회장의 차명회사에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배임과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CJ그룹 전 재무2팀장 이모 씨가 2007년 5월 이 회장에게 보낸 협박성 편지에서 UBS은행 홍콩지점에서 빠져나간 팬재팬 설립자금 3537만 엔을 이 회장 돈으로 볼 만한 단서를 포착했다. 이 씨는 편지에서 ‘홍콩의 회장님 돈을 일본에서 (부동산 매입을 위한 법인설립) 자금으로 사용하고…’라는 취지의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팬재팬 설립자금이 UBS은행의 이 회장 계좌에서 나갔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에 계좌 추적 공조도 요청했다.
▼ “홍콩의 회장님 돈 日에서 사용하고…” CJ 前재무팀장 편지가 결정적 단서 ▼

檢, 홍콩-싱가포르에 계좌추적 요청… 차명 의심 수백개 계좌 금융사 5곳
금감원, 다음주 특별감사 나서기로


또 검찰은 대출금 240억 원 중 현재까지 확인된 변제액 25억 원의 출처도 조사 중이다. 25억 원 중 일부는 아카사카 빌딩 임대 소득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다만 UBS은행의 예금 일부가 세탁 과정을 거쳐 대출금을 갚는 데 쓰였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편지에서 ‘회장님 결재’라고 표현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 회장의 지시 및 공모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이 씨는 ‘제가 말씀드린 대로 일본에서 돈 몇 푼 안 들이고 임대사업을 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업무 성과를 자랑하는 내용도 편지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자신이 일본 현지 차명법인 설립, 부동산 매입과 임대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당시 그룹 고위 임원 A 씨와 함께 일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을 편지에서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수백 개로 추정되는 CJ그룹의 차명 의심 계좌가 개설된 금융기관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차명 의심 계좌들이 개설된 금융기관은 은행과 증권사 등 5곳 안팎이다. CJ그룹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그리고 CJ그룹 일본법인장 배 씨의 팬재팬에 대출해 준 신한은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만약 금융기관들이 CJ그룹에 대해 다수의 차명계좌를 개설,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줬다면 중대한 일이라 판단돼 그 실태를 검사하도록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다음 주 중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30일 “CJ그룹 관련 계좌가 개설된 은행뿐 아니라 차명계좌를 통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증권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시세조종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 차명계좌를 통해 CJ그룹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이 커진 만큼 그룹 관련 외환거래의 적법성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할 계획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날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에서 열린 ‘캠퍼스 금융토크’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CJ그룹과 금융권의 거래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게 금감원의 책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홍수용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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