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송원씨 소개 미술품 값 크게 뛰자… 李회장 등 재벌가 단골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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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이미 법조계에서도 유명 인물이다. 홍 대표는 2008년 삼성 특검 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삼성 측에 거래해 자금을 세탁해줬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뒤부터 기업 비자금 수사에 단골처럼 등장했다. 2011년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 로비 사건과 관련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갑자기 취하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미국 유명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 빌럼 데 쿠닝 등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뛰어난 안목은 재벌가와 친분을 쌓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홍 대표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2010년 6월 이 회장의 딸(28)은 이 회장 집무실이 있는 CJ경영연구소 맞은편에 있는 고급빌라를 38억 원에 홍 대표로부터 사들였다. 2008년 6월 신축 당시 20억 원에 이 빌라를 분양 받은 홍 대표가 2년도 지나지 않아 두 배 가까운 가격에 이 집을 판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목록에 따르면 유명 현대 작가인 빌럼 데 쿠닝의 무제(Untitle·매입가 75억 원), 마크 로스코의 블루 앤드 그린(Blue & Green·65억 원), 알렉산더 콜더의 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61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34점 가운데 27점은 당시 서미갤러리에 보관돼 있었고 5점은 이 회장 자택에, 한 점은 CJ그룹 인재원에 보관돼 있었다. 나머지 한 점의 소장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같은 거래관계 때문에 검찰이 홍 대표를 주목하고 있지만 CJ 측과 공모해 위작을 이용한 해외재산도피에 가담한 국내 미술품 거래상의 신원은 아직 특정하기 어렵다. 본보는 홍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전화를 끊어버리는 등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미술품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및 재산 빼돌리기 수법은 위작 거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재산가들이 이용해온 수법은 미술품 수입 시 관세가 없는 점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를 20억 원에 들여왔다고 서류를 조작해 기업에 넘기는 것이다. 그후 차액 10억 원의 3∼5%를 거래상(화상)에게 떼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미술품은 이른바 호당 가격이 책정돼 있어 가격대를 뻥튀기하기 힘들지만 해외 미술품의 경우 같은 크기 작품이라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는 게 미술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예나·고미석 기자 yena@donga.com
#CJ#홍송원#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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