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동호]개성공단 막으면서 외자 유치한다고?

동아일보 입력 2013-04-08 03:00수정 2014-07-3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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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올해 3월 말 김정은이 주재한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는 경제건설과 핵무장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을 채택했다. 진작 예견되었던 정책이다. 아버지 시절의 선군 노선을 아직은 폐기할 수는 없고, 자신의 시대를 규정지을 경제발전 또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예정보다 빨리 권좌에 오른 김정은에게 최대 과제는 체제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었다. 체제 안정성은 두 측면에서 확보된다. 정치군사적 안정성은 권력층에서 마련되어야 하고, 경제사회적 안정성은 일반 주민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당연히 시급한 것은 정치군사적 안정성이다. 비록 후계자로 지명은 되었지만 권력층으로부터 충성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서 조기에 당·정·군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군부 인사도 단행했다. 유훈의 완성이라는 세습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미사일과 핵실험도 감행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사회적 안정성이다. 일반 주민들로부터의 지지 획득 없이는 체제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4월 첫 번째 공개연설에서 김정은은 주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직접 약속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인민생활 향상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육성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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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번 정책을 1960년대 김일성이 제시한 경제국방 병진정책의 재판이라고 평하지만 내용적으론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시는 6·25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가 출범하자 국방을 우선순위로 설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말로는 병진이었지만 실은 국방에 방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우선이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선군은 외부로부터 체제를 지키는 힘이지만 내부를 단단히 결속시키는 동력은 경제발전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은 이미 아버지 시절 마련된 것이어서 김정은의 치적은 ‘쌀밥에 고깃국’으로 상징되는 수십 년간 미루어진 숙제의 해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의 병진은 나름대로 정치군사적 안정성은 확보되었다는 판단 아래 경제사회적 안정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3월 말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이번의 병진정책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이제는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자금과 노력을 총집중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었으므로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여 경제강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역을 다각화,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산과 칠보산 지역을 관광지구로 만들고 심지어 각 도에 경제개발구들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발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정 부족으로 인해 국가계획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실정이다. 사회주의라면서 오히려 자본주의적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고난의 행군을 겪은 젊은 세대는 사상보다는 물질을 중요시한다. 그런 세대가 북한 인구의 40%이다. 경제발전 없이는 사회주의 낙원은커녕 자신의 권력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은 경제발전이 “현 시기 우리 당 앞에 나서는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규정짓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 ‘북남 화해의 상징’이라던 개성공단의 정상 운영조차 막으면서 경제발전의 핵심 조건인 외자 유치가 가능할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투자한 공장에 출입하는 것조차 제한하면서 원산이든 칠보산이든 새로운 투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남한 기업조차 외면한다면 어느 나라 기업이 북한 투자에 관심을 가질까.

경제는 신용이고, 불확실성은 경제의 최대 적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김정은은 잊고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개성공단#외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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