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차단]귀환 근로자 “천안함 때보다 심각” 가스 끊겨 의류공장 3곳 조업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 주재원 불안 커져… 기업피해 현실화

“남측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4일 오전 10시 40분경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남측으로 돌아오기로 돼 있던 개성공단 입주 기업 주재원 권모 씨(38·여)는 북한이 귀환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얘기에 덜컥 겁이 났다.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되돌리던 중 뒤늦게 귀환 승인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숨 돌렸지만 북한의 세관은 살벌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가방 한 번 열어본 뒤 통과시키던 평상시와 전혀 달랐다. 철모를 쓴 군인들이 세관 검사를 담당했고 세관장마저 군용 위장막을 쳤다. 군인 수가 평소 세관 검사원의 두 배나 됐고 태도는 고압적이었다.

북한 군인들은 권 씨의 가방 속 물건을 일일이 뒤졌다. 남측으로 돌아가는 차량에 실은 물품들도 하나하나 확인했다. “승인 나지 않은 장비는 가져갈 수 없다고 했어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귀환하는 사람들은 막지 않았지만 장비의 반출을 철저히 차단한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보다 많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그때 개성공단 분위기는 평소와 똑같았거든요. 이번엔 (북측이) 비상태세 상황입니다.”

권 씨는 “남아 있는 남측 주재원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주재원들은 일주일 이내에 공단의 정상화든, 전원 철수든, 또는 완전 폐쇄든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돌아온 김모 씨(56)는 “불안감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임모 씨(49)도 “연락이 두절되고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답답했다”며 “북측 관계자들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될 것인지 전혀 말을 안 했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철수까지 운운하며 위협했다. 김 씨는 “북측 근로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나태해졌다고 해야 하나. 예전엔 일을 시키면 곧바로 했는데 오늘(4일)은 일을 시켜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고 전했다. 한 주재원은 “오후에 가스 공급이 안 돼 북한 근로자 900여 명 중 절반가량을 조기 퇴근시켰다”고 전했다.

“오늘(4일) 지나면 끝이에요. 음식 재료의 반입이 막혀 내일(5일) 지나면 라면만 먹고 살아야 합니다. 남아 있는 주재원들도 6일이나 8일엔 다 나올 겁니다. 이제 문 잠가야겠죠….”(익명을 요구한 주재원)

5일은 북한의 공식 휴일(청명절)이어서 개성공단 출입 자체가 없다. 7일도 원래 개성공단으로 가는 통행이 없는 날이다. 6일도 출입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내 남측 주재원들은 닷새간(3∼7일) 음식 지원 없이 지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조업을 위한 원자재와 가스 공급 중단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업체가 생겼다.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만난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가스 공급이 안 돼 의류기업 3곳이 조업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4일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북측은 끝내 통행 차단을 풀지 않았다.

파주=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개성공단차단#조업중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