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인사가 만사다]<1> 5년 명운 걸린 인사… ‘ABC’를 지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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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분열 녹여 ‘용광로 대한민국’으로  대선이 끝나고 연말연시가 다가왔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분주하다. 충남 당진시 송악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한 산업 역군이 12일 불꽃을 튀기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철광석을 선철로 만드는 용광로처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모든 지역과 세대, 성별을 아우르는 대탕평 인사를 통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갈등-분열 녹여 ‘용광로 대한민국’으로 대선이 끝나고 연말연시가 다가왔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분주하다. 충남 당진시 송악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한 산업 역군이 12일 불꽃을 튀기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철광석을 선철로 만드는 용광로처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모든 지역과 세대, 성별을 아우르는 대탕평 인사를 통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61년 이한림 장군은 5·16 군사정변이 발생하자 “군의 정치 개입 반대”를 외치며 군사정변 주도 세력과 대척점에 섰다. 최두선 동아일보 사장은 군사정변 다음 날 “윤보선 대통령이 ‘혁명정부는 민간에게 속히 정권을 넘겨줘야 한다’라고 말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두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1963년 대선 승리 후 최 사장을 국무총리로, 이 장군을 건설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1일 이 사례를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이 유신 이후에는 차지철 전 경호실장 등 측근 인사를 했지만 집권 초기의 용인술은 대단했다”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마다 코드·낙하산·회전문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정작 청와대는 인력풀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낮은 지지율은 ‘인사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란 불명예 딱지는 임기 내내 쫓아다녔다. 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대통령정책실장(백용호), 행정안전부 장관-국정원장(원세훈) 등 회전문 인사도 여전했다.

전문가들은 능력 위주(Ability)로, 차별 없이(Balance), 반대파(Contrarian)도 포용하는 ABC 인사를 당선인에게 권했다.

대탕평 인사를 수차례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1일부터 대통령직 인수위 인선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정권의 틀을 잡게 될 인수위와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될 비서실장 인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발표 시기가 좀 늦어지더라도 최선의 인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탕평, 전문성 인사 필수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여러 차례 “국민대통합의 탕평인사로 ‘회전문 인사, 편중인사’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로 아버지의 국정 운영을 곁에서 지켜본 그로서는 1만 개에 이르는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인사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청와대와 장·차관 등 고위 정무직 인사의 경우 ‘백 가지 제도’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 부여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부처 및 산하 기관장에 대한 장관 인사권 보장 △부실 인사의 낙하산 임명 관행 근절 등을 약속했다. 어느 정부나 반복했던 약속이고 이미 제도화되어 있는 것들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 자신 비판한 인사를 총리 기용 ‘아버지 초기 용인술’ 배워라 ▼

대탕평 인사와 능력에 따른 인사는 일견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며 국가 전체의 역량을 키운다는 점에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유능한 사람이라면 과거 정부 사람도, 야당 사람도 따질 필요가 없다”라며 “각 부처 장관이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인사권을 청와대가 간섭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라고 말했다. 5년 전 인수위 구성에 관여한 한 의원도 “이명박 정부는 첫 내각에서 최소한의 지역 학교 성별 균형도 맞추지 않아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라며 “국민의 여론을 감안한 대통합 인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대위 클린정치위원이었던 서울여대 김정진 교수는 “선거 기여도에 따라 자리를 나눠 주는 식의 대표적인 엽관주의 인사를 해 온 미국조차 점차 실적주의로 바뀌고 있다”라며 “최고경영자를 영입하듯 경험 능력 경륜에 맞춰 장관 계약을 맺는 나라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무직 인사와 별도로 공공부문의 공정한 인사를 위한 시스템 구축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박 당선인이 공약한 ‘기회균등위원회’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가 주도해서 만든 이 위원회는 미국의 고용균등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 미국처럼 매년 공공기관별로 ‘인사균형지표’를 매기고 결과를 공개해 성별·학력·출신 지역·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차별 인사를 없애겠다는 게 요지다. 미국에선 고용균등법에 따른 고용균등위원회의 평가 점수가 좋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주어진다. 미국은 공공부문뿐 아니라 5인 이상 고용 기업까지 전 사회가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한 쇄신위원은 “쇄신위가 실제로 5개 부처의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여성, 지역, 학벌, 정치적 성향 등을 기준으로 한 지표를 적용한 결과 불균등 상태가 심각했다”라며 “특히 지역과 성별 편중이 심했다”라고 말했다. 쇄신특위는 공약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고용균등법을 만들어 인사균형지표 평가 결과에 따른 상벌을 강제하고 대상 범위도 민간까지 점차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예비 내각 진용 관심

당장 다음 주 초 가장 먼저 발표할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 인사가 관심사다. 당선인 비서실장은 취임 이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3선 이상으로 급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최경환, 유정복 의원과 권영세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치인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을 검토 중”이라며 “그렇다고 당선인과 인연이 없는 새로운 사람이 직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구성은 당선인의 공약을 잘 알고 있는 정책 실무형으로 꾸려질 개연성이 크다. 이들 중 상당수가 내각과 청와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관계자는 “언론 보도와 달리 박 당선인은 오늘부터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검토를 시작했다”라며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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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조수진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당선#대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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