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계열분리명령은 재벌해체” 安 “盧사람들 경제민주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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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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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앞서 악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왼쪽)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단일화 TV토론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토론에 앞서 악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왼쪽)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단일화 TV토론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21일 밤 실시된 TV토론에서 한 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최대 변수로 꼽히는 TV토론이 단 한 차례만 치러진다는 점 때문인 듯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 정신’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인신공격은 자제했지만 민감한 아킬레스건을 서로 건드리는 등 토론장에는 시종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문 후보는 평소처럼 차분한 톤의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가면서도 ‘국정운영 경험’ 등을 앞세워 안 후보를 몰아붙였다. 안 후보 역시 ‘고상한’ 말투 속에 뼈있는 단어를 쓰며 공격적인 자세로 맞섰다. 두 후보는 상대방의 자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5년 중에 4년 동안 청와대에 있었지만 나온 다음에야 (국정운영의) 메커니즘을 알았다. 이를 모르면 재벌과 관료에게 휘둘리기 쉽고 재벌공화국, 관료공화국이 되기 쉽다. 안 후보가 새 정치의 바람을 일으켰지만 실현할 수 있는 후보는 저다”라며 국정 경험이 없는 안 후보를 공격했다. 반면 안 후보는 “지금 아니면 언제 국민이 정치를 이기겠느냐. 이번에는 꼭 바꿔 달라고 한다”며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는 한편 ‘참여정부 국정 실패론’ 등을 거론하며 문 후보를 압박했다.
○ 단일화 룰 협상 책임 공방


정치, 경제, 사회, 통일외교 등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 주제별 토론에서는 정치 분야부터 단일화 룰 협상을 놓고 접전이 벌어졌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문 후보는 단일화 룰 협상과 관련해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보겠느냐”고 안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많은 국민이 답답해하고 있다. 같이 만나 뵙고 좋은 방안이 도출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협상 중단의 책임을 둘러싸고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문 후보가 “협상팀이 월요일에 만났을 때 공론조사와 여론조사를 하자고 해서 동의했는데 공론조사 대상자 모집 방법과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 처음 주장한 것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절충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은데 독려해 주면 어떠냐”며 포문을 열었다.

안 후보도 단일화 룰 협상 중단을 놓고 문 후보의 책임을 물으며 맞받아쳤다. 그는 “저번에 만났을 때 모든 것들을 협상팀에 일임하자고 합의했다”며 “저는 어떤 단일화 방안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실행가능하고 누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줬는데 안타깝게 의견 접근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불만스러운 것을 서로 양보하고 위험부담을 나누었구나, 이런 결과를 국민들께 보여야 하는데 협상팀에 조금 더 재량을 주시면 양보해 가면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우회적으로 안 후보를 비판했다. 안 후보가 협상팀에 재량권을 주지 않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취지였다.

안 후보는 “처음 제안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하지만 두 후보는 22일 만나서 남은 쟁점들을 논의하기로 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의원정수 조정’이라는 새정치공동선언 문구를 놓고도 맞붙었다. 문 후보는 “우리는 정수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확대 등을 주장했고 안 후보 측은 정수를 줄이자고 해서 ‘조정’이라는 문구로 합의했는데 (안 후보는) 축소라고 말씀하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문을 즉석에서 꺼내 읽으면서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여기서 말하는 의원정수 조정의 의미는 늘리거나 줄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늘리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새누리당 등을 의식해 다소 유보적인 표현을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맞섰다.

문 후보는 토론 말미에 다시 한 번 공세에 나섰다. 단일화 방식 협상이 고착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여론조사 방식도 안 후보 측이 똑같은 가상대결 방식을 처음 주장한 이후 전혀 변동이 없어 절충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서로 이야기하다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간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좋은 결론을 합의 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답했다.
○ 남북관계 등 충돌

두 후보는 북한 문제를 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조건을 내거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공약을 잘못 알고 계신다. 조건을 내거는 것이 아니라 먼저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맞섰다. 문 후보가 “금강산관광 재개도 조건 없이 하겠다는 말이냐”고 묻자 안 후보는 “그것은 아니다. 대화를 통해 재발방지 약속을 받은 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임기 첫해 남북정상회담 공약의 현실성 문제를 거론했다. 문 후보는 “미국 중국 정상과도 조율하는 프로세스를 거친 뒤 가능하면 임기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안 후보는 “구체적으로 일정을 못 박는 것은 대북협상 과정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는 것 아니냐. 또 국민들의 공감대를 못 얻으면 남남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군 복무 18개월 단축 공약에 대해 안 후보는 “국방이 굉장히 중요한데 섣불리 투자 없이 병역 복무기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국방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우리 군의 무기가 현대화된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문 후보는 “(군 복무 기간 단축의) 보완대책으로 참여정부에서 전문하사관을 늘려가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 및 복지 분야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연간 본인 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의 현실성 여부를 거론했다. 문 후보는 “5조 원가량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며 △보험료 수입 국고 지원을 제대로 하고 △고소득자가 더 많이 부담하도록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정상화하면서 △한 가구당 월 5000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하면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안 후보는 “당장 실현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경제위기가 심각해지고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는데 5000원 인상도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공약집에 복지국가가 없다”며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라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재원이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돌아갈 만큼 충분치 않다”며 “소외계층부터 선별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면서 중산층을 아우르는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여정부 경제 책임론 공방


경제 분야에서는 참여정부 책임론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안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법인세를 인하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했다”며 문 후보에게 “당시와 입장이 달라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민정수석이어서 정책 결정과정에 있지 않았다”면서도 “법인세 인하는 당시 신자유주의 조류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대기업을 유치하는 길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출총제에 대해서는 “당시 실효성이 없다며 완화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되면서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가 훨씬 늘었다. 당시에 예외가 많아 실효성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부활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참여정부와 같은 인력 풀에서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압박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비정규직이 많이 생긴 것은 한계라고 인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크게 보자면 당시 시대정신은 정치적 민주주의였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지 않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며 안 후보의 공약을 공격했다.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되면 안 된다”며 “일단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그래도 안 되면 2단계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약속한 계열분리명령제에 대해서는 문 후보가 “미국에서도 최근 30년 동안 시행된 적이 없는 제도”라며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면서 재벌 해체라는 과격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한국은 특수한 상황에 있다”며 “삼성전자가 빵집을 하지 말자, 이런 것들은 분리를 해도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치열한 장외 신경전


두 후보의 TV토론이 벌어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주변에선 양측 지지자 200여 명이 치열한 장외응원전을 벌였다. 문 후보 측 지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외치며 분위기를 띄우자 안 후보 측 지지자들은 “안철수 대통령”으로 응수했다. 토론회 시작 30분 전에 먼저 도착한 문 후보는 카메라 앞에서 “(직접) 보시죠”라며 선전을 자신했다. 이어 도착한 안 후보는 “평소 생각대로 진심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안 후보는 진분홍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토론회가 시작되자 문 후보는 임플란트 때문에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문 후보는 인사말에서 국정 경험이 있다는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며 믿음 가는 표정을 짓는 데 애썼다. 안 후보는 모두발언에서부터 버스 파업 현안을 거론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국민’과 ‘민생’으로 문 후보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는 진도에서 태어난 할머니가 보냈다는 편지를 꺼내 사연을 읽어 내려가면서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길진균·장원재·최우열 기자 leon@donga.com
#문재인#안철수#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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