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야 힘내자, 난 세상과 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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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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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장애청소년 IT 출전 한국우진학교 김영환 군

김영환 군이 24일 ‘글로벌 장애청소년 IT 챌린지’ 연습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 그는 “지금은 마우스밖에 못 쓰지만 장애인도 편리하게 다룰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기를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영환 군이 24일 ‘글로벌 장애청소년 IT 챌린지’ 연습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 그는 “지금은 마우스밖에 못 쓰지만 장애인도 편리하게 다룰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기를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마우스 위에 올려놓은 김영환 군(17)의 손은 하얗고 작았다. 그런 손으로 힘겹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더딘 속도로 PC 모니터에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열었다. ‘글자 크기를 조절하고 표에 음영을 넣을 것’이라는 예상 문제가 나왔다. 그는 숫자를 입력할 때 모니터 아래에 나타나는 가상 키보드 쪽으로 화살표를 움직였다.

김 군은 ㈜LG와 LG유플러스 주최로 30일부터 사흘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글로벌 장애청소년 IT 챌린지’에 나간다. 24일 서울 마포구 중동 한국우진학교 컴퓨터실에서 만난 김 군은 대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예상 문제는 단축키를 쓰면 금세 풀 수 있지만 척수성근위축증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김 군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근육에 힘을 주지 못한다. 손에 피가 잘 통하지 않으니 금방 하얘지고 차가워진다. 틈날 때마다 누군가가 손을 주물러 줘야 한다. 손이 또래 남학생들과 달랐던 건 이 때문이다. 김 군은 “입으로 말하는 대로 키보드를 치는 기기가 있다면 조금 빨라질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어머니 김양숙 씨(49)는 김 군을 임신했을 때부터 노심초사했다. 다섯 살 위인 김 군의 형은 태어날 때부터 이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다행히 김 군은 건강하게 태어났다.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했다. 생후 30개월쯤 지났을까. 김 군은 가끔씩 풀썩 쓰러졌다. 장난치며 놀이터와 집안을 휘젓고 다니다가도 갑자기 고꾸라졌다. 놀란 김 씨는 검사를 받게 했다. 의사는 형과 똑같은 질환이 있다고 했다. ‘처음엔 분명히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김 씨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김 군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휠체어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쓰는 휠체어도 거의 누워 지내는 김 군을 위해 따로 제작한 것. 바퀴가 달린 전동 휠체어 아랫부분에 승용차 시트를 얹어 만들었다. 잘 때는 산소호흡기를 써야 한다. 목 근육의 움직임이 멎을 수 있어서다.

학생이지만 등교하는 날은 많지 않다. 그 대신 담임선생님이 일주일에 세 번꼴로 그의 집을 찾는다. 김 군은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보낸다. 그는 “인터넷에서는 좋아하는 걸그룹 ‘에이핑크’도 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식도 들을 수 있다”며 “비장애인과 차이 없이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게 됐다. 손을 잘 못 쓰기 때문에 대부분의 계산은 암산으로 해야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간 뒤 자신 같은 장애인도 쉽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다.

대회 출전도 꿈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한 일환이다. 대회에는 김 군처럼 지체장애가 있거나 시각, 청각, 지적장애가 있는 국내외 장애청소년 239명이 참가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 정보 검색,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기량을 겨룬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도 전신마비 장애가 있지만 훌륭한 일을 많이 하신다면서요. 저도 하나씩 성취해가는 기쁨을 느끼다 보면 더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장애청소년#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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