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외국계 은행들 배당은 ‘큰손’, 사회공헌은 ‘짠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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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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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사회공헌 금액, 순이익의 고작 1.2%



최근 ‘고(高)배당’을 실시해 논란이 된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사회공헌 사업 지출에는 매우 인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올 들어 경기가 나빠지자 중소기업 대출마저 크게 줄여 ‘비 오는데 우산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내 금융시장 비중이 크지 않아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을 홀대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위원회가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올 초까지 대주주로 있던 외환은행은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에 당기순이익(1조4552억 원)의 1.2%(169억 원)만 썼다. 이는 18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어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의 사회공헌 금액 비율도 2.3%(64억 원)로 낮았다.

이들 외국계 은행보다 매출 규모가 훨씬 작은 국내 지방은행들은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북은행은 당기순이익 523억 원에 85억 원을 사회공헌 사업으로 지출해 비율이 16.2%나 됐고, 경남은행도 당기순이익(798억 원)의 14.5%인 116억 원을 사용했다. 또 광주은행 부산은행 등도 당기순이익의 8% 정도를 사회공헌 활동에 썼다.

하지만 이들 외국계 은행은 해외에선 사회공헌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씨티은행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와의 금융교육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포천지가 선정한 ‘존경받는 기업’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금융부문의 비중이 작다 보니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사회공헌 사업에 소극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1인당 금융자산 규모는 세계 20위에도 들지 못한다”며 “전 세계를 상대하는 외국계 은행들로선 한국 소비자들의 눈치를 그만큼 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들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역본부를 두고 있어 한국지사의 발언권이 약한 게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공헌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중요한데 외국계 은행의 조직 특성상 한국 은행장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사회적 책임으로 꼽히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외국계 은행들은 소극적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12월 말 대비 올해 6월 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6% 늘었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이 기간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오히려 34.7%나 줄였다. 또 SC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6조7000억 원에서 6조4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때 외국계 은행들의 손은 매우 컸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2.8% 줄었지만 사상 최대인 1299억 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해 금융권 안팎에서 눈총을 샀다. 실적이 좋지 않은 SC은행도 올 상반기에 2000억 원을 중간배당하기로 했다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배당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소동을 벌여 논란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고배당 논란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쇄신하려면 사회공헌에 좀 더 공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포커스#외국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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