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安 불출마 협박’ 논란… ‘친구싸움’ 일축하는 與 ‘빅2싸움’ 고민깊은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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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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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여론 영향 없다” 판단… 무시 전략

여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 ‘대한민국 헌정회’를 방문해 원로 정치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 ‘대한민국 헌정회’를 방문해 원로 정치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7일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대선 불출마 종용’ 논란에 대해 “(정준길 전 공보위원과 금태섭 변호사가) 서로 오랜 친구라는 거 아니냐”라며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눴다는데 이렇게 확대 해석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친구 간의 사적인 대화로 규정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이를 불법 정치 사찰로 확대시키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하루 종일 여론의 추이를 분석하며 이해득실과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했다. 당은 후보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反)새누리당 성향의 2040세대가 뭉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한 결과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

당은 이날 안 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한 채 정 전 공보위원과 금 변호사가 친구 사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금 변호사가 ‘지난 1년간 정준길과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얼마 전 정 위원 휴대전화로 ‘다른 사정이 뭐니? 준길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전화 줘’라는 문자를 보냈다”며 “금 변호사가 친구 간 통화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친한 친구가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하는 등 우정을 배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 전 공보위원도 이날 ‘공보위원을 사직하며’라는 제목의 e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내 “친구를 부정하고 구태적인 정치행태를 보였다”며 질문 형식을 빌려 금 변호사를 비판했다.

향후 대응을 두고는 검증 국면을 피하기 위한 안 원장의 과장된 폭로 정치는 기성 정치보다 더 심한 구태라고 역공을 취할지 아니면 주말을 넘기며 이 국면을 마무리 짓고 국민통합 행보에 주력할지 여전히 고심 중이다.

야당의 국정조사 주장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지도부 일각에선 “어차피 실체가 없는 사안이고 오히려 국정조사가 자연스레 안 원장 검증 과정이 될 수 있다”며 국정조사 수용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긴 하다. 안 원장 출석을 전제로 국정조사를 받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 대상이 안 되는 데다 자칫 사찰 논란이 불거질 경우 박 후보의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고 그동안 공들여온 국민통합 행보도 묻힐 수 있다는 게 국정조사 반대론자들의 견해다.

안 원장 측이 새누리당의 사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새누리당이 안 원장 검증팀을 가동해 왔는지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 공식적인 ‘안철수 검증팀’은 없다. 검찰 출신의 김회선 의원과 소수의 법률가 중심으로 꾸려진 ‘네거티브 대응팀’은 박 후보에 대한 외부의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는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안 원장 검증 작업은 진행 중이다. 박 후보 외곽 조직에서 안 원장 관련 소문을 수집하고 있고 당 소속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정부에 공식 자료를 요청하는 방법으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안철수 공격포인트와 박근혜 수비포인트를 준비하는 건 당연한 선거 준비 과정”이라며 “사찰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 전 공보위원 인선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이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공보위원으로 선출된 뒤 스스로 안 원장 검증에 과잉 의욕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이 서둘러 정 전 공보위원의 사직서를 처리한 것도 선을 긋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안 원장을 검증하기 위해 그를 공보위원에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본인이 밝히기 전까지 정 전 공보위원이 (2002년 안랩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산업은행 관련 조사를 한 검사였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민주, 진상규명위 구성 발빠른 대응… 속내는 복잡 ▼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이 대선 정국을 강타하면서 민주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새누리당 측의 ‘불법사찰 공작정치’로 규정하고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7일 새누리당 불법사찰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우윤근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1야당의 존재감은 없어지고 민주당이 안 원장 지원 세력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통일당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용납할 수 없는 협박으로 진상이 다 밝혀져야 한다”며 안 원장을 거들고 나섰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민주당은 안 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 논란이 현재 진행 중인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지만 이번 의혹을 부각하는 것이 전체적인 대선 국면에서 불리할 게 없다고 설명한다.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은 우 의원은 “안 원장을 돕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과거로 회귀해 구태 중의 구태를 보인 만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안 원장 측의 이번 폭로가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대선 구도가 갑자기 ‘박근혜 대 안철수’로 가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민주당은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며 어렵게 8개 지역까지 순회경선을 마쳤지만 공교롭게도 광주·전남지역 경선이 있던 날 안 원장 측의 폭로가 있었고 민주당 경선은 그만큼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세론을 굳힌 문재인 의원은 야권후보 선호도에서 최근 안 원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 이내로 줄이면서 안 원장을 따라잡기 시작한 시점이었기에 안 원장의 기습적인 한 방이 더욱 뼈아픈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기자회견이 있었던) 어제 하루만의 결과를 따로 분석해보면 지지율 하락이 가장 뚜렷한 후보는 문 후보였다”며 “안 원장 측에서 기자회견 시점과 관련해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문 후보에게 불똥이 튀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 송호창 의원이 6일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것도 당의 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시각 광주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송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기자회견 참석 사실을 알리고 회견장에 나왔다곤 하지만 송 의원이 당 민간인불법사찰특위 위원으로서 회견장에 참석했다기보다는 안 원장을 돕기 위해 회견장에 나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송 의원이 일종의 해당 행위를 한 것인데 당내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며 “당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뭉치지 못하고 마지못해 안 원장에게 끌려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안철수 대선 불출마 종용#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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