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기자 성추행 감춘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의 유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3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 수석전문위원이 ‘미디어오늘’의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동석한 해당 언론사의 남자 동료도 성추행에 가담했다.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 수석전문위원을 지난달 31일자로 해임했지만 사건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덮으려 한 것은 잘못이다.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한나라당의 성희롱 성추행 사건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던 민주당의 이중적 행태다. 민주당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자연산’ 발언을 했을 때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주장했고,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여자 아나운서 비하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을 ‘성희롱당’이라며 맹비난했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않는 태도는 박근혜 의원을 ‘그년’이라고 지칭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에 대해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 대부분이 침묵하는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간하는 매체로 언론계의 감시견을 자처하며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발생한 성희롱에 대해 가차 없이 매질을 해 왔다. 인권과 진보적 가치를 부르짖는 미디어오늘의 남자 기자가 정치인의 성추행으로부터 소속사 여기자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성추행에 가담하고 발뺌까지 했다. 부끄러워하고 국민과 독자에게 사죄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미디어오늘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발표한 것으로 그만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은 반성은커녕 약속이나 한 듯 새누리당과 언론에 대한 역공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주장했던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2차 피해를 키웠다”며 신 대변인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새누리당과 언론이 성추행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기성 언론을 비난했다. 거꾸로 새누리당 당직자나 기성 언론의 기자 사이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면 미디어오늘이 어떻게 나왔을 것인가.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은 유착(癒着)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말이 없게 됐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성추행을 넘어서 취재보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판에 남성들만 득실거릴 때의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치담당 여기자와 여성 정치인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국회와 정치권에는 아직도 마초이즘(남성우월주의)의 미망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과 언론계는 여기자들이 안전하게 취재할 수 있도록 여건을 확충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반론보도]

‘미디어오늘, 여기자 성추행 은폐’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8월 13일 “여기자 성추행 감춘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의 유착”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덮으려 한 것은 잘못이고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은 유착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사건 다음 날부터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를 민주통합당에 통보해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여기자 성추행#민주당#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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