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의 늪… 2040년 2명이 일해 노인 1명 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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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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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7번째 ‘20-50클럽’… 활력 잃어가는 ‘늙은 한국’

한국 인구 5000만 명 돌파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이 인구 규모 면에서도 강국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는 뜻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함께 충족한 나라는 지금까지 일본(1987년) 미국(1988년) 프랑스(1990년) 이탈리아(1990년) 독일(1991년) 영국(1996년) 6개국뿐이다. 한국이 16년 만에 7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문제는 5000만 명, 세계 26위의 인구로 국력을 뽐내기에는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의 영향으로 203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급격한 고령화로 청년층이 더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등 앞으로의 인구 변화가 수십 년간 유지해 온 한국 사회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출산율 최하위, 고령화 세계 최고

불과 30년 전 한국 정부의 최대 과제는 인구 억제였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 아래 1자녀 가정에 아파트 청약 우선권을 준 반면 3자녀 이상이면 주민세가 중과됐고 의료보험 지원도 끊었다. 결과적으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정책이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2.1명) 아래로 떨어진 뒤 2010년 1.23명까지 낮아졌다. 그나마 2005년 최저출산율(1.08명)을 기록한 뒤 각종 출산장려책 등의 영향으로 다소 높아진 것이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만혼(晩婚) 현상 등으로 20대 후반 여성의 출산율은 1980년 인구 1000명당 238.5명에서 2010년 79.7명으로 추락했다.

반면 1980년 145만 명이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0년 545만 명, 2040년에는 1650만 명으로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세대가 짊어질 노년부양비(15∼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수)는 일본(63.3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57.2명)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이대로라면 한국은 ‘노인의 나라’


통계청은 현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의 인구는 2030년 5216만 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2045년에 다시 5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고, 2069년에는 4000만 명 밑으로 추락한 뒤 2091년에 3000만 명으로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 3598만 명에서 2040년 2887만 명으로 줄고,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같은 기간 545만 명에서 16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 활력의 저하로 직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31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회원국 34개국 중 최저 수준인 연간 1%로 전망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중장기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0∼2세 및 5세 무상보육이 시작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정부의 출산 지원책은 저출산 추세를 끊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가족복지 지출 비율은 0.5%로 OECD 평균(2%)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승욱 한국인구학회 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률 둔화, 노년부양 부담 증가로 인한 세대간 마찰, 외국인 이민자 증가에 따른 다문화 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젊은이가 줄고 노인이 늘어나는 현 상황을 타개할 인구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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