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 中企’에 일자리 해법 있다]<上>서울 유일의 가젤지역, 금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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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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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떠난 자리… 5만개 일자리 ‘뚝딱’

코리아로지스의 개발실에서 김영남 대표(오른쪽)가 시스템 개발자와 함께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다. 이 사무실은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서 있다. 서울 금천구 제공
코리아로지스의 개발실에서 김영남 대표(오른쪽)가 시스템 개발자와 함께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다. 이 사무실은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서 있다. 서울 금천구 제공
창업과 고용 창출이 많은 상위 10% 기초자치단체인 ‘가젤지역’으로 서울에서는 금천구가 유일하게 뽑혔다. 2009년 말 기준 인구 24만여 명인 이 지역은 2004년 이후 이때까지 인구는 소폭 줄었지만 일자리는 5만4000여 개가 늘어났다.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늘어난 일자리 가운데 62%인 3만3500여 개는 지식기반산업에서 나왔다. 옛 구로공단이 있던 이 지역은 전통 제조업체들이 떠난 자리를 정보기술(IT) 관련 중소기업들이 메우면서 지식기반산업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 도심 고층빌딩에 청정 조립라인

7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신IT타워 10층.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인파가 붐비는 도심 한복판 고층빌딩에 공장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푸른색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바쁘게 카메라 부품을 광축조정장비 위에 올려놓고 렌즈와 센서의 초점을 맞추는 걸 보면서 비로소 이곳이 공장이라고 실감했다. 국내 차량용 카메라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엠씨넥스의 차량용 카메라 조립라인이었다.

2004년 12월 엔지니어 7명으로 시작한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 엠씨넥스는 ‘지식기반 제조업의 성공모델’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153억 원, 순이익은 116억 원이다. 2005년부터 매출이 매년 평균 67%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직원은 350명 규모로, 지금도 해외 주재원과 연구원을 채용 중이다.

휴대전화와 자동차용 디지털카메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성공의 ‘배경’이라면, 성공의 ‘비결’은 그런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었다. 이 회사 이승오 부장은 “많은 엔지니어가 빠르게 움직여 고객회사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우리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경쟁력은 입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42)는 “처음에는 어디에 본사를 둘지 고민이 많았다”며 “연구소와 공장을 따로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한곳에서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조직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야 지식이 중심이 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려면 양질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서울에 본사가 있어야 했다.

○ 중소기업 지원이 일자리로 돌아와

엠씨넥스가 지식기반 제조업의 대표 사례라면 코리아로지스는 금천구 지식기반 서비스기업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김영남 대표(49)는 1990년대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에서 운송을 알선했다. 화주(貨主)의 주문 내용을 노트에 적은 뒤 칠판에 적힌 트럭운전사들의 순번을 보고 배차하는 식이었다. 지나치게 많은 주문이 몰리자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개발에 나섰다. 차차 주문 운송 운행 등의 시스템을 개발, 운영했고 다른 물류 대기업의 시스템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김 대표는 “매출의 대부분은 여전히 운송 알선에서 나오지만 가끔 우리 회사가 물류기업인지, IT 기업인지 나도 헷갈린다”며 웃었다.

코리아로지스가 가산동 에이스하이엔드타워에 둥지를 튼 가장 큰 이유도 엠씨넥스와 같다.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우리 같은 작은 회사는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다”며 “수도권 대학의 창업센터에 입주한 적도 있었지만 금천구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연구개발(R&D)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 외에도 창업 초기 기업이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또 있었다. 코리아로지스와 엠씨넥스는 공통적으로 “싼값에 사무실을 얻을 수 있고 각종 세제감면 혜택도 구미가 당겼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완화로 아파트형 공장이 많이 공급된 것이 잠재력 있는 기업을 키웠고, 이것이 일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금천구도 업체당 1억 원 이내의 중소기업육성기금을 지원하고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기업을 위해 취업박람회를 여는 등 중소기업 지원책을 펼치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금천구는 코리아로지스가 입주한 아파트형 공장 건물에 따로 기업지원센터를 설치해 각종 증명서 발급을 해줄 뿐 아니라 이 센터에서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법인 인감 무인발급기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창업#고용#일자리#코리아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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