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다이아 게이트’]“김은석, 허위내용 직접 불러주며 2차 보도자료 밀어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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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K 주가조작’ 감사 발표로 본 사건 전모

‘다이아몬드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씨앤케이(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26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이 사건의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1월 오덕균 CNK 대표는 당시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이던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를 처음 만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달에는 총리실로 김 대사를 찾아가 브리핑을 했다. 이를 계기로 오 대표는 이후 두 차례 더 총리실을 찾아가 조중표 국무총리실장과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을 만나게 된다.

이후 김 대사는 주카메룬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섰다. 2009년 5월 에너지협력외교 아프리카 조사단장 자격으로 카메룬을 방문한 데 이어 2010년 5월에는 박 차장과 함께 다시 카메룬을 찾았다. 이호성 주카메룬 대사에게도 협조를 요청하는 e메일을 수시로 보냈다. 2009년 1월 퇴임 뒤 CNK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조 전 실장과도 정보를 주고받았다.

김 대사는 2009년 1월 말 설 가족모임에서 동생들에게 CNK의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생 2명은 두 달 뒤 주식을 사들였다. 2009년 2월 김 대사는 이 대사와 e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CNK의 탐사 결과 보고서 중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 4억2000만 캐럿’이라는 내용이 부풀려진 것임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이 대사로부터 “(다이아몬드의 실제 매장량은) 많은 자금을 투입한 상세한 탐사를 거쳐야 입증될 수 있겠죠”라는 내용의 e메일을 받았다. 2010년 5월 CNK의 최종 탐사보고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추정 매장량은 충남대 탐사팀이 아닌 CNK 자체 탐사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김 대사는 2010년 7월 에너지자원대사로 외교부에 복귀한 이후에도 CNK 사업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았다. 김 대사의 비서 양모 씨가 3000만 원을 대출받아 CNK 주식을 산 것도 이 시기다.

같은 해 12월 17일 주카메룬 대사관은 본부에 전문(電文)을 보내 CNK가 카메룬 정부로부터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김 대사는 즉시 이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고 미리 작성해 놓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문에서 4억2000만 캐럿의 추정 매장량이 ‘CNK 자료에 근거했다’고 명시돼 있던 부분은 쏙 빼버렸다. 그 대신 ‘UNDP 조사와 2007년 충남대 탐사팀의 탐사 결과’라고만 적었다.

김 대사는 이 보도자료 내용을 기자들에게도 직접 브리핑했다. 전날 주당 3465원이던 CNK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3주 뒤인 2011년 1월 10일에는 1만6100원까지 치솟았다.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에는 추정 매장량이 4억2000만 캐럿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다.

CNK와 충남대 탐사팀이 진행한 자체 탐사 역시 신뢰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탐사 작업은 접근이 가능한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졌고, 나머지는 사무실에 지질도 등을 펴놓고 자로 재서 부존면적을 측정했다. 탐사를 실시한 곳에서도 직접적인 시추(drilling)가 아닌 1m 내외의 시굴정(pitting) 탐사 작업만 진행했다.

檢, CNK 압수수색 CNK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CNK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을 검찰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檢, CNK 압수수색 CNK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CNK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을 검찰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11년 6월 언론이 CNK의 사업 전망과 보도자료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증권가에 각종 의혹이 떠돌아다니던 때였다. 이에 김 대사는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2차 보도자료를 내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담당 국장이 반대했지만 김 대사가 밀어붙였다.

김 대사는 자료의 내용을 실무자에게 직접 불러주며 받아 적도록 했다. ‘카메룬 정부가 탐사 과정에서 엄격한 대조검토(cross-checking)를 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쓰도록 했다. 이 보도자료 배포 후 6월 27일 주당 7400원이던 CNK 주가는 8월 19일 1만8500원으로 다시 치솟았다.

김 대사는 감사 과정에서 “보도자료 내용은 작성 형식에 맞추다 보니 일부 문구가 빠졌을 뿐이고, 동생이나 동서의 주식 매입도 나와는 상관없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감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순한 의도나 특별한 의도로 한 것이 아니고 중소기업의 성공신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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