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백화점 구경하는데 갑자기 호텔 돌아가라 안내… ” 金사망 발표 당시 평양표정
동아일보
입력 2011-12-22 03:00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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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김정일 사진 가려져있어 큰일 났구나 생각”
방북 북민협 관계자가 전한 金사망 발표 당시 평양표정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천으로 가려져 있는 걸 본 순간 ‘북한에 정말 큰일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박영환 서울신학대 교수)
김 위원장 사망 당시 북한을 방문했다가 돌아온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관계자 10명이 21일 0시 40분경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당시 북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박 교수 등 북민협 관계자들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한 인터뷰에서 “사망 발표가 있던 19일 정오를 전후해 상황이 급변하면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북민협에 따르면 1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방북한 북민협 관계자 일행은 19일 오전 황해북도 강남군의 소학교와 탁아소를 방문하고 낮 12시경 평양으로 돌아와 점심식사 겸 쇼핑을 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어갔다. 이때만 해도 동행했던 북한 측 안내원 3명은 일행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12시가 지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백화점에 나타난 북한 당국 관계자가 안내 참사들을 데리고 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 관계자는 곧이어 일행에게 “숙소(보통강호텔)로 가달라”고 했다. 북민협 회원인 안향선 국제기아대책기구 사무총장은 “안내원들은 좀처럼 남한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 눈 주변이 벌겋게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일행은 숙소로 도착하자마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호텔 입구 왼쪽 벽면에 걸려있던 김일성 부자의 사진이 연녹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호텔 곳곳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쏟아졌다. 안내원은 별다른 통보 없이 “호텔 내에만 있어 달라”고 말했다. 방으로 들어간 이들은 TV를 켜보고서야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 박현석 북민협 운영위원장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덜컥 겁이 났다”며 “서울에 있는 가족이 걱정돼 ‘우리는 안전하게 잘 있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본 북한 사람들은 12시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며 “북한 주민들까지 다 아는 상황이었다면 우리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보도 이후 북한 방송에서는 김정일 애도 방송과 함께 ‘김정은 대장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장면이 수차례 교차돼 방송됐다. 박 교수는 “북한 당국이 김정은이 나오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방송해 내부 불안을 서둘러 수습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북한 주민들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20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들이 만난 주민들은 출근을 서두르는 등 보통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 관계자는 이들을 배웅하며 “큰일을 치르고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고 한다. 박 운영위원장은 “한 북한 관계자가 ‘우리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보도되는 걸 원치 않는다. 팩스로 남은 이야기를 나누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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