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을 자행한 전범이 30여 년 만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참회나 반성은커녕 뻔뻔한 변명과 자기 정당화뿐이었다.
“1975∼79년 민주캄보디아 정부의 혼란을 가져온 것은 베트남 때문이었다.”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70만 명을 학살한 이른바 ‘킬링필드’의 주역 중 한 명인 누온 체아 전 캄푸치아공산당 부서기장(85)은 22일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ECCC) 법정에서 ‘민주캄보디아’라는 크메르루주 정권의 공식 명칭을 써가며 자기 변호에 열을 올렸다.
크메르루주 지도자가 킬링필드에 대해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대학살의 명분으로 제시한 것은 베트남과 미국의 침략 위협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에 맞서 애국적인 행동을 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현지 언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누온 체아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데 오늘에서야 말할 기회를 얻게 됐다”면서 “혁명 과정에서 나의 입장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로부터 조국을 해방시키고, 캄보디아를 빼앗아 지구상에서 없애려던 도적(베트남)과 싸우기 위해 내 가족을 떠나야만 했다”며 자신의 애국심을 강조했다.
또 다른 학살 주역인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80)도 자신의 행동은 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당신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계없이 당시 캄보디아 국민 대다수는 (친미정권이었던) 론 놀 정권에 저항한 우리를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누온 체아는 크메르루주의 잔학행위나 고문 및 살해 지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검찰이 법정공방에 앞서 상영한 비디오 화면에는 과거 누온 체아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희생자)에게 자비를 베풀었다면 우리나라를 뺏겼을 것이다. 우리가 많이 죽인 것은 아니다. 단지 좋은 사람들이 아닌 나쁜 놈들을 죽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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