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7개월… 일본 미술은]<3·끝>도쿄 ‘메타볼리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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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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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더미에 서서 미래도시 꿈꾸다

이소자키 아라타의 미래도 시를 위한 구상. 건축과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본 ‘메타볼리즘’ 운동의 건축가를 조명한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에 소개됐다. 그가 1961년 발표한 ‘신주쿠 프로젝트-공중 도시’ 개념은 현대의 눈으로 봐도 여전히 새롭다.
이소자키 아라타의 미래도 시를 위한 구상. 건축과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본 ‘메타볼리즘’ 운동의 건축가를 조명한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에 소개됐다. 그가 1961년 발표한 ‘신주쿠 프로젝트-공중 도시’ 개념은 현대의 눈으로 봐도 여전히 새롭다.
《1960년대 일본에서 태동한 ‘메타볼리즘’은 세계가 일본의 현대건축에 주목하는 계기를 만든 건축운동이다. 전후 복구에 이어 급속한 경제성장기를 맞은 건축가들은 신진대사를 뜻하는 생물학적 용어인 메타볼리즘이란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고자 했다. 도시와 건축을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는 유기체처럼 바라보자는 철학을 담은 표현이다.》
‘메타볼리즘’의 상징적 건축물로 꼽히는 구로카와 기쇼의 ‘나카긴 캡슐 타워’(1972년). 모리미술관 제공
‘메타볼리즘’의 상징적 건축물로 꼽히는 구로카와 기쇼의 ‘나카긴 캡슐 타워’(1972년). 모리미술관 제공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53층에 자리한 모리미술관은 국제적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일본의 건축운동을 돌아보는 ‘메타볼리즘, 미래 도시’전을 9월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열고 있다. 이 운동을 후원했던 단게 겐조를 비롯해 기쿠타케 기요노리, 구로카와 기쇼, 이소자키 아라타, 마키 후미히코 등의 대표작과 프로젝트를 드로잉, 스케치, 모형, 사진, 책, 인터뷰, 영상 등 500여 점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시킨 자리다. 건축을 통해 사회를 바꾼 메타볼리즘의 전모를 종합 탐구한 사상 첫 전시란 게 미술관 측의 자랑이다. www.mori.art.museum

전시에선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출이 돋보인다. 1960년 도쿄에서 열린 세계디자인회의에서 발표한 메타볼리즘 선언문과 함께 그 이론적 바탕이 된 자료들, 현실로 구현된 건축물을 균형 있게 소개해 깊고 넓은 맥락으로 운동의 흐름을 짚어냈다. 전문가들이 관심 가질 만한 미공개 자료도 많지만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예술적 조형물처럼 만든 크고 작은 모형,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역동적 영상 등 일반인을 위한 볼거리도 풍성하다.

‘메타볼리즘의 탄생’부터 세계로 뻗어간 ‘글로벌 메타볼리즘’까지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의 첫머리는 1955년 건립된 단게의 히로시마 평화센터가 장식했다. 학예실 마에다 나오다케 씨는 “이 기념관은 전후 일본 건축과 도시 계획의 출발점을 의미하는 건물”이라며 “기념관 단지를 위해 그가 만든 마스터플랜은 일본 건축의 전통을 서구 건축의 형식과 접목하고, 건축을 도시계획과 연계한 점에서 메타볼리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라고 설명했다.

건축평론가 가와조에 노보루, 건축가 오타카 마사토, 마키, 기쿠타케, 구로카와 등이 1960년 메타볼리즘 선언문을 발표한 이래 해상도시와 공중회랑으로 이어지는 미래형 도시를 위한 구상부터 현실에 적용한 실험적 건물까지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는 메타볼리즘을 상징하는 건물로 구로카와의 ‘나카긴 캡슐 타워’를 선보였다. 1972년 긴자에 들어선 이 건물은 분리 가능한 캡슐을 쌓아올린 듯 보이는데 건축 과정과 내부 인테리어를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참여한 1966년 ‘공간에서 환경으로’전과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메타볼리즘은 건축을 넘어 디자인과 미술 등 타 장르와도 공명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이와 관련해 도시 설계와 건축의 관점에서 엑스포 현장을 접근한 공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1970년대 이후 일본 건축가들은 해외로 활동 범위를 넓혀 국제공모대회를 통해 도시 설계와 연계된 대형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마케도니아의 수도 재건을 위한 마스터플랜(단게), 싱가포르에 건립된 대학 캠퍼스 단지(마키) 등이 그런 사례다.

전시는 모두 80여 개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건축사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서구 건축의 일방적 수용에서 벗어나 독자적 길을 찾은 자국 건축가를 재조명함으로써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에게 자부심을 일깨우는 데도 한몫을 한다. 더불어 ‘전후, 그리고 오늘의 일본: 재건을 위한 꿈과 비전’이란 전시 부제는 우리에게도 화두를 던진다. 건물이 아닌 도시를, 오늘이 아닌 내일의 한국을 향한 꿈과 비전이 존재하는지 돌아보라고.

도쿄=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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