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야 멀리 간다/대기업-中企 동반성장]<10·끝>새로운 도약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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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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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동반성장 구호 앞서 제도부터 갖추라”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대기업들의 각오 “배울점 많았다… 더 노력하겠다”

‘같이 가야 멀리 간다’ 시리즈를 지켜본 대기업들은 9차례에 걸쳐 소개된 생생한 사례를 통해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명암을 함께 보여주고, 전문가의 제언까지 곁들여 문제 해법을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큰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어젠다를 설정하고, 모범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대안까지 제시한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기사 스크랩을 할 때 이 시리즈를 가장 먼저 챙길 만큼 열독했고, 다른 기업의 우수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챙겼다”며 공생(共生)경영 의지를 밝혔다.

SK그룹은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동반성장이라는 이슈가 다뤄질 때마다 기업이 악역으로 비쳤던 감이 있는데 대기업이 잘못하는 부분은 따끔하게 지적하면서도 대기업의 고민도 함께 다뤄 큰 도움이 됐다”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큰 틀에서 동반성장을 논의하는 데 동아일보 시리즈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리즈가 동반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더욱 확산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뿌리 없이 혼자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동반성장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대기업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많이 소개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동반성장 노력을 확대하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우리 회사의 상생협력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앞으로 실질적인 상생 프로그램이 2차, 3차 협력사까지 효과가 미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포스코는 “우리는 전 부문에 걸쳐 동반성장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이번 시리즈를 통해 포스코와 거래하고 있지 않은 다른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면서 포스코가 동반성장의 표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중소기업들의 제언 ▼


동아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의 ‘같이 가야 멀리 간다’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동아일보의 독자제언 e메일(reporter@donga.com)과 중기중앙회를 통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다양한 의견이 들어왔다.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절절한 하소연도 있었다. 동반성장을 위한 건설적 의견도 나왔다.

○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동반성장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결국 해답을 풀어내야 하는 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검사장치 제조업체인 윌테크놀러지의 김영삼 상무는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정부 주도로 이끌어가다 보면 이해당사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식경제부 외에도 동반성장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각 정당까지 동반성장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동반성장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말로만 외칠 뿐 행동은 없기 때문”이라며 “불공정거래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잘 지키는지 감시하면 굳이 여기저기서 동반성장을 말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동반성장을 막는 산업계의 고질적인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전선 제조업체 대표는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 발주 때부터 턴키(설계 및 시공일괄) 방식을 택해 자재까지도 지정해 구매하도록 한다”며 “이 경우 중소기업은 입찰 참여를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기업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다 하자가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사표, 감봉 등의 책임을 지우는 분위기라서 구매담당자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꺼린다”며 “대기업들의 원천적인 구매 관행을 바꾸지 않고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 김국곤 회장은 “미국은 납품 즉시 청구서를 발행하고, 발행 30일 이내에 거래 대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며 “만약 30일이 경과하면 연 18%의 이자를 물리고, 심할 경우 채권추심까지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기업의 신용도가 나빠지기 때문에 납품 대금 지급을 지연하는 사례가 적다”고 설명했다.

○ ‘모범사례’의 확산이 중요

그동안 쌓인 서러움이 많았던 때문일까.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인력 빼가기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생생히 전달한 것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은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의 한 금형 관련 중소기업 대표 A 씨(57)는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이 정도로 심했느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도록 대기업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대한타이어공업협동조합 송정열 전무는 “모든 불공정 관행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동아일보와 중기중앙회가 힘을 모아 대책을 모색한 것은 통쾌했다”며 “이번 시리즈에서 소개된 모범사례처럼 좋은 상생 해법이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착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30년 넘게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금속가공유제 전문업체인 범우의 김명원 회장은 “일시적인 지원책도 문제지만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기술력을 높이려는 노력에 소홀한 중소기업도 문제가 있다”며 “우수한 중소 협력사가 없다면 대기업도 존재하지 않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동반생존’을 위해서라도 모범 사례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상생위원회 종합평가 “대안제시 충분… 틀 만들어가야” ▼


동아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구성한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 위원들은 ‘같이 가야 멀리 간다’ 시리즈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현실을 균형감 있게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동반성장을 위한 구조적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도 있다는 것을 균형감 있게 보여줬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함께 실어 서로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시리즈가 정치적, 경제적 성향에 관계없이 상당히 폭넓은 영역을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객관적 시각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도 “하지만 좋은 사례를 보고 업계 전반이 다 좋은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학림 IBK경제연구소 소장은 “문제가 있는 현실을 보여준 뒤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방법은 균형이 잡혔다는 면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기사”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계의 현실을 살피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은 “공정 경쟁 질서를 갖추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정치·행정·학계가 모두 모여 공정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큰 틀에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장인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과제는 대·중소기업이 높은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21세기 협력 관계는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갑을 관계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협력관계는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중기가 능력이 있으면 대기업과 쉽게 협력할 수 있고, 협력을 등한시하고 기술개발에 게으른 중소기업은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수 차장 ssoo@donga.com  

▽팀원
김선우 정효진 유덕영 김상훈  
김현수 김상운 한상준 장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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