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의 미래 사람에 달렸다]<1>다마오 고헤이 이화연구소 기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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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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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아래로부터 올라와야 열매 맺죠”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2008년 기초과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간연구소를 설립했다. 다마오 고헤이 초대소장은 “연구원들과 소통하고 학문의 폭을 넓히는 게 소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와코(일본)=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2008년 기초과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간연구소를 설립했다. 다마오 고헤이 초대소장은 “연구원들과 소통하고 학문의 폭을 넓히는 게 소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와코(일본)=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 15명 가운데 9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젊은 시절 여기서 연구원으로 경험을 쌓거나 이곳의 가속기로 실험해 노벨상 수상의 토대를 다졌다. 일본 기초과학의 대들보로 불리는 이화학연구소(RIKEN) 얘기다. 이화학연구소는 일본 유일의 기초과학 종합연구소다. 본부는 사이타마(埼玉) 현 와코(和光) 시에 있다. 와코 시는 도쿄 도(都) 북쪽과 맞닿아 있어 도쿄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다.

4일 이화학연구소 본부를 찾았다. 기간연구소(Advanced Science Institute)의 다마오 고헤이(玉尾皓平·69) 초대 소장이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기간연구소는 2008년 처음 생겼다. 이화학연구소 내에서도 연구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기초과학 연구를 전담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에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과 성격이 유사하다.

기간연구소 산하에는 화학생물, 신소재, 녹색물질, 광학 등 4개 연구부서와 37개의 독립 실험그룹, 9개의 별도 연구조직이 있다. 정규직 연구원만 678명에 이른다. 박사후연구원 등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2167명이다. 올해 연구비로는 약 550억 원을 받았다. 방사광가속기(SPring-8, XFEL)와 세계에서 연산처리속도가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K’ 등 거대 장비용 예산을 제외하고 순수 기초 연구 규모로는 이화학연구소 안에서 가장 크다.

다마오 소장에게 ‘큰살림’을 맡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63세이던 2005년 이화학연구소에 스카우트됐다”면서 “선후배 연구자들과의 소통 능력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화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화학자다. 1972년 탄소 사이의 결합을 쉽게 만드는 방법인 ‘다마오 커플링’을 발견했다.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 교수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1979년 ‘스즈키 커플링’을 발견했고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거머쥐었다.

다마오 소장은 교토대 교수로 35년간 몸담으면서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일본 전역에서 5곳밖에 없는 우수연구센터(Center of Excellence)를 교토대에 유치했다. 국제원소과학연구센터와 화학연구소를 만들어 교토대를 화학 연구의 메카로 만들었다.

그는 “위에서 지시하는 방식(톱다운)으로는 절대 좋은 기초 연구가 나올 수 없고 아래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올라와야 한다(보텀업)”면서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이 아이디어가 결실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마오 소장의 ‘소통 철학’은 융합 연구로 이어진다. 그는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학문의 폭이 넓어야 한다”면서 “복합적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오랫동안 바라보면 어느 순간 ‘뻥’ 하고 성과가 튀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연구소는 연구자들에게 이런 연구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실험그룹이 연구의 ‘씨앗’을 내놓으면 이 중 ‘열매’가 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연구부서로 올려 보내 집중 육성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다마오 소장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장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겠지만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40대 젊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와코(일본)=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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