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집은 무엇인가’ 집 짓는 삼남매 화두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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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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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무대 ★★★★ 연기★★★★ 연출★★★☆ 대본★★★☆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는 집짓는 과정을무대 위에서 사실적으로 구현해 관객의 탄성을자아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는 집짓는 과정을무대 위에서 사실적으로 구현해 관객의 탄성을자아낸다. 남산예술센터 제공
“아파트인가” “몇 평인가” “전세인가 소유인가”…. 특히 대도시에서 “우리 집은 어디다”라는 얘기엔 으레 이런 질문들이 뒤따른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살고 있는 사람의 계층과 계급을 구분하는 잣대이면서 재산 증식, 즉 재테크의 대상이다. 여기에 집의 본질이 끼어들 틈은 없다.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최진아 작·연출)는 주거 공간이라는 집의 본질을 파고든다. 연극은 관객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데 탁월하다. 그 힘은 ‘자, 집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고 설명하는 대신 무대 위에서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집을 짓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

막이 오르면 무대엔 낡은 집 한 채가 있고 노란색 굴착기가 이 집을 부순다. 집이 사라진 빈 공간은 아무것도 그려있지 않은 캔버스처럼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떤 것으로 공간을 채울까.

흩어져 외지 생활을 하는 삼남매가 힘을 합쳐 엄마 차숙이(이지현)가 혼자 사는 시골 낡은 단층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다. 그런데 집짓기가 쉽지 않다. 옛날 집의 공간에 대한 각자의 추억도 다르고 ‘새 집은 이래야 한다’는 이상(理想)이 제각각이기 때문. 겨우 의견이 수렴되지만 폭우로 지반이 일부 무너지고, 토지에 대한 이웃과의 법적 분란에 휘말리는 등 장애물이 계속 등장한다.

땅에 선을 그어 밑그림을 그리고, 거푸집을 세워 그 속을 콘크리트로 채우고, 거푸집을 떼어내 집이 그럴싸한 모양을 갖춰가는 과정을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구현한 것부터가 놀랍다. 스토리가 밋밋한 대신 대사에 율동을 더하고 배우들이 거푸집을 들고 집단 퍼포먼스를 벌이는 장면으로 역동성을 입혔다. 순진한 척하면서 자기 실속은 다 차리는 동네 아줌마(연보라),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베테랑 일꾼(윤상화), 꽁지머리를 하고 “막걸리 좀 사주세요”를 연발하는 막내 일꾼(박지환) 등 개성이 뚜렷한 조연들은 연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2010년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대산 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19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1만5000∼2만5000원.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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