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광기(狂氣)의 정점’ UV 신드롬 비긴즈…도대체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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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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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윤과 뮤지. 그들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조금 더 과해져서 돌아왔다. 'UV 신드롬 비긴즈.'

지난해 케이블채널 Mnet 'UV 신드롬'에서는 가수 UV(유세윤·뮤지)를 '천재뮤지션'이라고 세뇌시켰다. 하지만 지난달 22일부터 방송된 후속편 'UV 신드롬 비긴즈'에서는 열 발짝은 더 나아가 초자연적인 존재로 신격화(神格化)한다.

제작진은 음모론까지 들먹거리며 UV의 뒤에 뭔가 대단한 배후세력이 있는 듯 이야기를 몰고 간다.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UV의 정체모를 이야기들을 한없이 진지하게 풀어낸다.

●시대를 아우르는 X-file급 유명인사 '우리가 바로 UV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UV가 과거 마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 엘비스 프레슬리 등과 함께 공연했던 진귀한 영상이라며 자료 화면이 공개된다.

한 술 더 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던 당시 독일 시민들이 부른 화합의 노래 '지펜구텐탁'은 UV의 노래 '집행유애'의 독일어 버전이라고 전하기도 한다.

권위자도 등장한다. 프랑스 제8대학 문화인류학 교수라는 기 소보르망(박혁권)은 UV의 정체를 연구했다며 온갖 신기한 자료들을 당당하게 내민다.

"유부초밥의 기원은 유브이(UV) 초밥이다!"

"6세기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UV의 오디션에 응시하기 위해서다!"

원래 대머리였다는 기 박사는 "UV의 노래를 듣고 머리카락이 났다"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유렐루야!'가 나올법하다.


●식상한 '리얼'(Real)에 '페이크'(Fake)를 더했다.

잘 짜여진 고단수 '구라'에 바탕을 둔 'UV 신드롬 비긴즈'는 어느덧 현실 세계에까지 마수(魔手)를 뻗친다.

3월 박진영을 영입해 발표한 UV의 신곡 '이태원 프리덤'은 싸이월드, 멜론 등 사이트에서 음원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 줄을 이으며, 공중파 8시 뉴스에서도 UV 신드롬을 해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방송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범람에 있다.

2008년 시청자들은 M.net '효리의 오프 더 레코드'에서 강력한 리얼의 방점을 맛봤다.

짐 캐리의 영화 '트루먼 쇼'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효리의 오프 더 레코드'는 인기가수 이효리를 24시간 담았다. 집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이효리의 화장하기 않은 모습 등 사생활을 편집해서 보여줬다.

그 보다 더 강한 '리얼'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란 쉽지 않은 것.

그런 의미에서 'UV 신드롬 비긴즈'는 리얼에 페이크를 교묘하게 섞어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마치 MBC '우리 결혼 했어요'의 '가상 결혼'이 인기를 끈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유세윤의 능청스럽고 뻔뻔한 연기, UV가 정말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곁에서 함께 거드름 피우는 뮤지의 조합이 일등공신인 것은 물론이다.


●'따끔한' 야자타임은 언제나 재밌다

지난 설 특집 때 방영된 MBC '세시봉 콘서트' 야자타임에서 막내 김세환은 조영남에게 "조영남, 너 여자관계 정리 좀 잘해"라고 따끔한 한마디를 던졌다.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야자타임이 재밌는 이유는 익숙해졌던 관계와 흐름을 뒤엎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드는데 있다.

'UV 신드롬 비긴즈'의 재미도 이런 익숙한 '수직관계'를 깨는데 있다.

빅뱅을 만난 UV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멋대로 바꾸면서 짐짓 근엄하게 일침을 놓는다. "정신 차려!" 박진영에게는 춤으로 쓴 소리를 퍼붓는다. "이거 밖에 못 춰? 이게 최선이야? 흉내 내려고 하지 마라. 너만의 것을 만들어야지."

하지만 이렇게 독설을 하는 사람이 데뷔한 지 채 몇 년 되지도 않은 개그맨 겸업 가수라는 사실은 어이없음을 넘어 황당해 재밌다. 또한 이들이 대형 가수들에게 쓴 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느끼는 묘한 대리만족도 무시할 수 없다. 관심 없는 시청자에게도 재미요소로 작용한다.

'UV 신드롬 비긴즈'는 이왕 속인다면 제대로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듯 방송을 통해 광기(狂氣)를 뿜어낸다. 비록 방송에 나온 UV의 과거가 '페이크'일지라도 그들이 대중에게서 얻어내는 공감대만큼은 '리얼'인 셈이다.

비슷한 포맷의 방송 프로그램들 홍수 속에서 거창하게 '세계 최초 프리퀄 비긴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라는 일탈적인 비주류를 선택한 'UV 신드롬 비긴즈'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진지해서 황당한 스토리를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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