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사태]中마음도 돌린 ‘리비아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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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나의 평생 친구였지만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부디 리비아를 살려 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때때로 흔들렸지만 눈빛은 결의에 차 있었다. “내 형제 카다피여. 홀로 리비아 국민 곁을 떠나주오”라고 말할 때 그는 단호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평생 지기(知己)인 압둘라흐만 무함마드 샬감 주유엔 리비아대사(62)는 그렇게 국민의 편에 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7일 이례적으로 신속히 리비아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에는 샬감 대사의 25일 안보리 연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은 그의 연설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규정하며 “제재결의안에 주저하던 일부 국가의 마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입을 모았다.

샬감 대사는 연설에서 “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자유를,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돌 하나 던지지 않았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는데도 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틀러, 폴포트(크메르루주 학살 장본인)의 사례를 들며 “카다피는 이제 국민들에게 ‘나의 지배 아니면 모두 죽음’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유엔이여 부디 리비아를 살려주십시오. 어떤 유혈사태도 일어나지 않게, 무고한 시민 한 명도 죽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이날 안보리 결의안에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내용이 포함된 데에도 그가 연설과 별도로 안보리에 보낸 서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민을 상대로 군사력 사용을 지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카다피 정권의 ICC 회부를 지지한다고 밝힌 그의 편지는 ICC 회부를 완강히 반대하던 중국 등의 고집을 꺾기에 충분한 호소력을 지녔다.

6분여간의 연설을 마친 그는 연설 내내 뒷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던 이브라힘 다바시 부대사와 포옹했다. 반 사무총장 등도 다가와 그들을 얼싸안았다.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나는 카다피의 가장 가깝고 절친한 친구였고 혁명 초기부터 그와 같이 일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카다피 원수와 같은 마을에서 어울리며 자랐으며 1969년 혁명에도 참여한 그는 2009년 유엔 대사 부임 전까지 9년간 외교장관을 지내는 등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다.

다바시 부대사를 비롯한 주유엔 대표부 외교관들이 21일 카다피 원수를 비난하며 사임한다고 발표했을 때 그는 “나는 카다피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공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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