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물김치-메를로··· 도토리묵-피노누아르··· 한식-와인에도 ‘찰떡궁합’ 있다

동아일보 입력 2011-02-18 03:00수정 2011-0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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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파밸리 덕혼 와인의 피트 프레즈베린스키 부사장(왼쪽)과 롯데호텔의 이병우 총주방장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에서 만났다. 이들은 한식 요리와 와인을 앞에 두고 어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라식품 제공
《와인수입업체 나라식품의 윤영규 사장은 미국 내파밸리에서 생산되는 덕혼(Duckhorn) 와인을 소개하는 ‘와인 메이커스 디너(와인수입사가 와인을 만든 양조장 관계자와 함께 식사와 와인을 내놓는 자리)’를 준비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최근 리뉴얼해 문을 연 롯데호텔서울 한식당 무궁화가 장소나 음식 면에서 마음에 들었지만, 과연 한식과 와인이 제대로 어우러질 것인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한식과 와인을 잘못 매칭하면 자칫 ‘자살골’이 될 수 있거든요.한식과 와인의 마리아주(궁합)를 찾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면서도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제지요.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도 글로벌한 음료인 와인과 함께 가는 형태가 돼야 하기 때문에 겁 없이 도전해보기로 했죠.”》
드디어 10일 롯데호텔 무궁화에서 ‘덕혼 와인 메이커스 디너’가 열렸다. 나라식품으로서는 한식 풀코스와 와인을 함께 선보이는 첫 번째 자리였다. 덕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만찬와인으로 사용돼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대추, 은행, 잣 등 견과류와 흑미로 지은 연잎밥에 된장찌개는 ‘덕혼 패러덕스 2007’과 함께 냈다.
나라식품 측은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이번 디너에서 제외했다. 한식은 맵고 짠 음식이 많은데 강한 타닌감과 묵직한 보디감을 가진 카베르네 소비뇽은 매운맛과 짠맛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생선요리에 흔히 샤르도네를 매칭하지만 오크 향 때문에 날 생선에 곁들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날 디너에 앞서 롯데호텔 이병우 총주방장과 덕혼의 피트 프레즈베린스키 부사장이 롯데호텔 무궁화에서 만났다. 프레즈베린스키 부사장은 10여 년간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한식을 접하게 됐고 이후 미국에서도 종종 한식당을 찾을 정도로 한국음식에 관심이 높았다.

“캘리포니아에서 고급 한식을 찾아보려 했는데 그리 많지 않더군요. 복잡한 향을 지닌 와인이 다채로운 한식과 어떻게 어울릴지 무척 궁금합니다. 간장으로 양념한 한국의 쇠고기 요리는 풍미가 강하고 단맛이 나던데요.”(프레즈베린스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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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디너에서는 덕혼 와인과 어울리도록 기존 메뉴를 조금씩 수정했지요. 한식 양념을 강하게 쓰기보다는 터치하듯이 가미해 와인의 향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이 총주방장)

프레즈베린스키 부사장이 디너 메뉴에서 ‘침채’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자 이 총주방장이 ‘새콤한 맛이 나는 발효된 물김치’라고 설명한 뒤 바로 보여줬다.

“꽤 신맛이 나는군요. 식초와 레드와인은 보통 어울리기가 어려운데, 이 물김치는 신맛이 좀 더 둥글둥글한 편이네요.”(프레즈베린스키 부사장)

“김치는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그 신맛이 레몬이나 식초와는 완전히 다르답니다. 죽 종류와 물김치가 잘 어울리죠. 물김치와 메를로의 궁합을 맛보는 것도 재밌을 겁니다.”(이 총주방장)

프레즈베린스키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한식당보다 태국 음식점이 더 성황이라면서 덧붙였다.

“사실 칠리페퍼를 넣어 알싸하게 매운 태국음식은 와인보다는 차가운 맥주와 더 어울리죠. 도쿄에서 자주 맛보는 덴푸라도 레드와인과 그리 잘 맞지는 않습니다. 음식 자체와 와인의 어울림을 생각해보면 한식의 가능성이 훨씬 더 크죠. 한국음식이 세계무대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식과 와인의 마리아주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코스에 따라 각각 다른 음식이 나오는 양식과 달리 한식은 보통 한 상에 가득 차려 놓고 먹느라 음식의 맛과 향이 온통 섞여 와인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총주방장은 “스테이크, 생선구이, 파스타 등 메인이 되는 한두 가지의 식재료가 있는 서양요리와 달리 한식은 여러 가지 재료가 갖은양념과 섞여 한 가지 요리로 만들어진다”면서 “타닌, 산도, 당도, 보디감 등이 조화를 이뤄 어느 한 가지도 튀는 맛이 없는 와인이 좋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기름기 많은 음식 먹은 뒤엔 소비뇽 블랑 “굿”▼

美덕혼와인 ‘메이커스 디너’ 이모저모


한우 갈비구이, 야채쌈과 ‘덕혼 패러덕스 2007’.
‘덕혼 와인 메이커스 디너’에 참석한 40대 여성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한식과 와인이 잘 어울렸다”면서 “도토리묵과 피노누아르의 만남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만찬의 문을 연 것은 완도산 전복.

활 전복을 통째로 데친 뒤 곱게 채친 배를 곁들였다. 소스는 마늘과 생강으로 맛을 낸 ‘명인 숙성 간장 소스’. 이어 오리고기와 굴, 김치를 한입에 먹는 보쌈이 나왔다. 여기에 맞춘 와인은 ‘덕혼 소비뇽 블랑 2009’. 산뜻한 과일향에 깔끔한 맛이 잘 어울렸다. 나라식품 윤영규 사장은 “한여름에 땀 흘리며 운동을 한 뒤, 명절에 기름기 많은 음식을 많이 먹은 뒤에 소비뇽 블랑이 딱 어울린다”고 말했다.

도토리묵 가루로 직접 만든 월과채와 연한 초순 두릅 숙회, 깨두부를 넣은 들깨죽과 물김치, 참치육회는 ‘덕혼 골든아이 피노누아르 2006’과 매칭했다. 쫄깃한 월과채와 고소한 들깨죽은 매끈한 피노누아르와 잘 어울렸지만 참치육회는 양념의 향이 와인과 섞여 각각의 특징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 이병우 롯데호텔 총주방장은 “피노누아르는 대부분의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덕혼 메를로 2007’과 함께 낼 음식은 원래 한우 한 마리 수육과 산약초장이었지만 구제역으로 소비자들이 육류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은대구 구이로 교체했다. 한우 등심을 바로 지져낸 육전과 어만두의 활력을 메를로가 벨벳 같은 부드러움으로 감싸며 잘 어우러졌다.

한우 갈비구이와 연잎밥에는 ‘덕혼 패러덕스 2007’이 곁들여졌다. 이 와인은 ‘가장 미국적인 포도’라 일컬어지는 진판델을 주로 하고 다른 품종을 블렌딩한 것으로 석쇠에 구운 갈비구이를 더욱 맛있게 만들어줬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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