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1월27일, 홍대 앞 ‘고 이진원’ 추모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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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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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우리의 영원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홍대 앞에서 나고 자란 영원한 홍대 키드 '고 이진원'
●그는 김현식 김광석 선배처럼 뮤지션들의 가슴 속에 각인될 것

'홍대 앞'이란 지명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가를 지칭하는 평범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에 펑크라는 장르를 앞세워 노브레인, 크라잉넛, 타카피와 같은 유명 록밴드들를 탄생시키며 '인디 문화의 중심지'라는 특수의미를 부여받기에 이른다.

강산이 두어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홍대 앞'의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키며 '인디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10년 11월 6일은 '홍대 앞'의 새로운 기념일로 각인될 것 같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故 이진원)'이 세상을 등진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1월 27일 그를 위한 이별파티가 언더그라운드 역사 이래 최대 규모로 홍대 앞에서 펼쳐졌다.

총 103팀의 뮤지션 그리고 26개의 클럽과 공연장에 무려 6000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든 것이다.

최근 10간 홍대를 대변했던 클럽데이는 최고기록이 2000여 관객이었음을 생각하면 그 세 배에 이르는 인파가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출연진과 스탭 관련자들만 해도 500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 '홍대 문화'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모두가 처음 겪는 대 사건이었다. 그러고 보면 참여한 모두가 '유가족'이었고 '홍대 앞 문화'의 공유자들이었던 셈이다.

도대체 어떤 공감대가 이런 사건을 만들 수 있었을까. 달빛요정의 연주팀 건반으로 참여한 유승혜는 "그와의 추억이자 그가 남긴 선물"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따지고 보면 그의 죽음은 범상치 않은 후폭풍을 불러왔다. 모두가 인디문화의 상징이라고 홍대 앞을 칭송했지만 실제 그 주역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 지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 수백 명의 출연진들이 고 이진원을 기억하며 노 개런티로 참여

아직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그의 빈자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홈페이지(www.rockwillneverdie.com)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십 수년간을 홍대 앞에서 4계절을 맞았던 37살의 싱어송 라이터이자 스스로를 록커라 부르던 한 가수 '이진원'. 그의 사후에 많은 언론들의 관심은 사실 안타까움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조금 편향된 시각으로 그의 죽음을 바라보기도 했다.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는 예술가가 아닌 실패한 음악인의 쓸쓸한 죽음으로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날 홍대 앞에 모인 6000여 명의 관객과 500여 명의 뮤지션과 스탭들은 그가 어떤 역할을 했고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출연진들의 매니저조차 발 디딜 틈 없었던 그를 위한 축제는 모두가 노 개런티로 대관료없이 하루를 그를 위해 내놓았다. 진정으로 '홍대 앞' 인디씬이 그를 보내는 의식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수백의 뮤지션과 스탭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경건한 모양새로 모여들었다. 영하 10도를 오가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공연은 단 하나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진행이 됐을 정도로 진지한 무대가 이어진 것이다.

거의 모든 홍대 앞 클럽과 공연장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음악에 대한 온전한 에너지가 폭발했다.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그와의 추억을 내뿜을 때마다 무대 위와 아래에서는 눈시울들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의 트위터 아이디인 '인기가수(ingigasoo)'란 어쩌면 그가 최후로 일궈낸 결과물이 된 셈이었다. 그가 만들고 참여했던 10여장의 앨범과 추모공연 즈음 발간된 그의 에세이를 통해 그는 '고 김현식'과 '고 김광석' 선배처럼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 "결국 그는 '역전만루홈런'을 쳐낸 것이다"

많은 동료들이 앞의 두 선배의 죽음에 이런 기분이 느껴졌을까 하고 눈시울을 적셨다. 현재 음악씬에 가장 선배격인 '블랙신드롬'의 김재만도 "이런 분위기는 30여 년만에 처음이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고 이진원의 죽음이 가져온 것은 단순한 슬픔이나 아쉬움만이 아니었다. 한국 언더음악씬에 최초의 융합과 화합 그리고 희망을 불러온 것이다.

그에게는 음악과 야구가 전부였다. 그와 인연을 나누었던 뮤지션들이 각자의 추억을 뒷풀이 자리에서 풀어내었다. 홍대 문화 역사상 가장 큰 뮤지션 뒷풀이에서는 블랙홀, 블랙신드롬과 더불어 많은 선후배들이 한상에 마주앉았다. 나이와 음악적 장르와 전혀 상관없이 모두가 상기되었다. 그 자리에 주인공인 고 이진원이 같이 앉아서 떠들고 마시며 노래를 부를 것만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날의 사건은 '달빛요정'이 '역전만루홈런'을 결국 쳐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일깨운 자리였다. 이로 인해 한국대중음악계가 초심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좁아진 음악시장에서 서로의 살길을 향해 사방팔방으로 분투하던 선후배들이 서로를 향해 손 내밀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간만에 음악하길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득 메운 관객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공연장에 300~400명만 와도 대박이라는 요즘의 음악판에 6000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고 동료가수 수백 명을 불러 모으는 그는 진정 우리에게 루저가 아닌 위너의 모습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를 다시 한번 추모한다.

충북 음성 납골당에서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아마도 기뻐했을 것이다.

김마스타 / 가수 겸 칼럼니스트
sereeblues@paran.com


■ 참여 뮤지션들이 달빛요정에게…

▶갤럭시익스프레스_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달빛요정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로큰롤!!"

▶권우유
"달빛연가! 이 밤 지나면 나 너와 행복할거야. 내 맘 속 영화처럼 여전히 넌 살아있으니 여전히 넌 살아가니까! 그가 만든 노래들과 함께 영원히 살아가고 있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게 바칩니다."

▶아톰리턴즈
"우리는 '스끼다시 내 인생'을 듣고 '절룩거리네'를 부르며 이런 진솔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찌질한 루저들을 처절하게 후벼파는 동시에 '너도 홈런을 칠 수 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날리는 그의 노래들이 이번 추모공연을 계기로 멈추지 않고 계속 울려 퍼지기를 기원한다."

▶김마스타
"항상 첫눈 맞는 아이 같던 사람은 37번 첫눈을 맞고 떠났고, 이들의 어깨 위로 또 다시 내리는 눈은 예전과 같지 않아서 다같이 눈싸움 하는데 저도 끼어듭니다. 연탄재나 돌멩이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블랙홀_
"그는 뮤지션이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음악인이었습니다. 그는 창조자였습니다. 자신이 가진 가장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열정을 노래한 뮤지션이었습니다. 수많은 음악인들처럼 그는 노력하고 정진하였습니다. 그리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은 온 세상이 유토피아였습니다. 그의 노래는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부자냐, 인기 있었냐도 영원히 초월할 거라 믿습니다. 그러한 동료 뮤지션을 잃은 애통한 심정으로 그를 위한 무대에 함께 합니다."

▶킹스턴루디스카
"인생이란 타석에서 형은 희생플라이로 나에게 홈베이스를 밟게 해주었죠. 지금 형과 내가 비록 리그는 달라졌지만 역전할 기회는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고, 다음 역전은 시원한 만루홈런으로!!!!"

▶한음파
"어느덧 두 달이 흘렀습니다. 충격과 슬픔으로부터 조금은 안정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종종 형이 예의 표정으로 나타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 빈자리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더욱 오랫동안 애도하고 기억하길 바랍니다."

▶슈퍼키드
"이번 공연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이진원님을 더 잘 보내주기 위해'. 또 하나는 우리 곁의 '또 다른 이진원'을 보내지 않기 위해입니다."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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