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태광 회장일가 골프장 사업 부당 지원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계열사-거래처 15곳서 회원권 사줘… 1계좌에 22억, 26억… 당시 최고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일가 소유의 회사가 짓고 있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비롯한 태광 계열사들이 국내 최고가 수준의 가격으로 구입하며 ‘지원사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태광 계열사들은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동림관광개발이 강원 춘천시 남산면에 개발 중인 동림CC의 회원권을 다량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골프장의 법인 회원권 가격은 2008∼2009년에는 계좌당 22억 원, 올해는 26억 원으로 국내 최고가 수준이다.

이 회원권의 대부분을 이채널, 티브로드기남방송, 티브로드동남방송, 티브로드폭스코리아, 티브로드한빛방송, 티브로드홀딩스, 흥국생명보험,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계열사와 주요 거래처에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등 15개 회사에서 적게는 2계좌에서 많게는 20여 계좌를 구입했으며 이들이 산 회원권 규모는 790억 원에 이른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자본금이 10억 원에 불과한 이 회장 개인회사의 골프장 건설을 위해 그룹 계열사 등이 투자금을 부담하기 위해 총동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보험계열사들은 532억 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흥국생명은 회원권 10계좌를 2008년 6월 220억 원에 구입했다. 또 다른 보험계열사 흥국화재도 올 8월 이 골프장의 회원권을 계좌당 26억 원씩, 총 12계좌를 312억 원에 사들였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자산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회사들도 골프장 회원권 보유규모는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라며 “투자처가 많을 텐데 굳이 회원권에 그 많은 돈을 쓴 이유가 상식선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회사들의 경영여건상 이처럼 대규모로 골프장 회원권에 투자를 할 여력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흥국생명은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당시에 352억 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으며 흥국화재는 최근 5년간 순손실 규모가 2148억 원에 달한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관계자는 “5년간 손실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골프장 회원권은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산 것”이라며 “새로 짓는 골프장이라 기존 것보다 회원권 가격이 비싸지만 근처에 최근 완공된 다른 골프장 회원권과는 비슷한 가격의 정상적인 거래”라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20일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회원권 매입과 관련해 ‘계열사간 부당지원(내부거래)’ 해당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지난해 7월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구체적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은 ‘개인’의 신고를 받아 계열사 등 15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과 올 9월 두 차례 조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위법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다른 골프장과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는지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